오세훈, 급해졌다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일 부동산 관련 정책을 쏟아내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오 시장은 최근 '강북개발론'과 '한강벨트 아파트 집중 공급' 등의 발언으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오 시장이 부동산을 핵심 이슈로 삼아 서울 표심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의 실효성은 물론 어설픈 공급 방안이 집값 상승을 부추길 거라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한강버스 운행 중단 등 오 시장이 내놓은 각종 정책이 선거를 겨냥한 전시성 행정으로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오 시장의 최근 발언을 보면 부동산 문제를 선거 쟁점화하려는 의도가 역력합니다. 그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강북 지역의 주택 공급 문제를 제기하며 "강북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많은 정치인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강북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유도하는 동시에 이를 민주당 책임으로 돌리려는 속셈으로 풀이됩니다. 오 시장은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운 '신속통합기획'을 강조하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신속한 추진 방침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 시장의 이런 주장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를 핵심으로 한 신통기획이 5년째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주택 공급 성과가 더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 2021년 이 정책이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196개 신통기획 사업장 중 사업 시행 계획 인가가 난 곳은 3곳에 불과합니다. 주택 정비사업의 걸림돌은 신속한 인허가보다는 공사비 부담, 대출규제, 분담금 문제 등 지자체 차원을 넘어서는 제약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이 지난달 발표한 서울 지역 31만호 공급 계획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이 역시 인허가 간소화 등으로 정비사업 기간을 크게 단축하겠다는 전제부터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더 큰 논란은 이중 약 20만호를 한강벨트와 강남 3구에 집중하겠다는 건데, 집값을 더 과열시킬 거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가뜩이나 인기 있는 한강변 아파트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재건축에 따른 이주수요까지 겹치면 전셋값에 이어 집값까지 오를 수 있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대규모 이주 수요에 대한 계획도 없이 그냥 목표치만 제시했다는 점에서 선거를 의식한 설익은 정책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정치권에선 오 시장이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약한 고리를 주택 공급으로 보고 이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파악합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 판세의 분수령이 될 한강벨트와 자신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강북지역의 부동산 민심을 잡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만능 공급책인 것처럼 홍보하고 이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은 외면하는 행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따릅니다. 오 시장이 지난 2월 느닷없는 강남 토지허가거래구역 해제로 집값 상승을 촉발한 상황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시민사회에선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오 시장의 치적쌓기의 폐해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충분한 안전대책과 준비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이다 결국 탈이 난 한강버스가 대표적 예입니다. 오 시장은 앞서 첫 임기 때 무리하게 수상콜택시를 도입했다 사업자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지난해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여론과 동떨어진 전시행정은 이뿐이 아닙니다. 상암동에 1조원 규모의 '서울링' 추진 계획은 비용 급증과 절차 지연으로 착공이 불투명해졌고, 광화문에 높이 100m 국기게양대 설치 계획도 여론 반발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지난달 차량 정체를 해결하겠다며 시행한 서부 간선도로 평면화 작업은 잘못된 설계로 되레 체증이 심해져 백지화됐습니다.
오 시장은 2006년과 2010년에 이어 현재 세 번째로 서울시장을 맡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사상 최초의 '4선 서울시장' 도전에 나섭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서울시장을 하면서 시민들의 삶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기억나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놓고 이제 선거가 다가오니 표를 얻으려고 각종 무리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부작용만 키우는 독단적 행정은 멈추라는 게 다수 시민의 요구입니다.

각종 개혁 정책 추진 방식을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 간에 미묘한 차이가 감지됩니다. 경향신문 이기수 편집인은 '현재의 정책 완성도'를 챙기는 대통령과 '미래의 지지 동력'을 중시한 여당은 2인3각, 순망치한의 운명공동체라고 말합니다. 시대를 얼어젖히되 까탈스럽고 조변석개하는 게 민심인지라 내란 청산의 큰 고비를 넘으면 성장 동력과 미래 설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 칼럼 보기
[정영오 칼럼] '끝없는 전쟁' 기어코 불붙이나
국민의힘이 중국인을 겨냥한 '3대 쇼핑 방지법'을 발의해 논란입니다. 정영호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야당이 현실과 동떨어진 사례까지 들며 추진하는 이유는 혐중 정서에 편승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지만 너무 위험한 도박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 다층적 소외 구조를 단순화해 분노를 집중하기 가장 쉬운 중국인과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