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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에 미 대사관 정보 제공자는 없을까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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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한국 도·감청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첩보수집 방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도청은 이른바 '시긴트(SIGINT 신호포착)'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일각에선 '휴민트'(HUMINT 인간정보) 이용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시긴트와 휴민트를 복합적으로 활용했을 거라는 관측입니다. 고도의 기밀을 요하는 사안의 경우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주목할 것은 주한미대사관의 한국인 정보원 활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 부처와 국회, 정당, 기업, 시민단체 등에 소속된 인물이 미국 대사관의 접촉에 응해 내부 동향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외교가에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미 대사관이 특히 관심을 쏟는 곳은 정부 부처로 대통령실과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이 주요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고위급 인사 동향과 미국이 관심을 갖는 정책과 법안 처리, 한국 정부의 외교 및 통일 정책 방향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제 미 대사관의 한국인 정보원을 통한 정보수집 사실은 2010년 위키리키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서 확인됩니다. 당시 폭로된 주한 미 대사관의 외교전문 1,980건 가운데 상당수에서 '청와대 정보원' '외교통상부 정보원' '국방부 정보원' 등으로 정보 출처가 명시돼 있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정보원의 급에 따라 '오랜 정보원' '접촉빈도 높은 정보원' '믿을 만한 정보원' 등으로 일반 정보원과 구분돼 표현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방송통신위원장이었던 최시중은 '오랜 정보원'으로 문건에 등장합니다.

외교전문가들은 이들 정보원 대부분은 미 대사관 관계자들의 요청을 받고 내부 정보를 제공하는 수동적 역할에 그치지만 일부는 능동적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한미 간 이슈에서 미국의 입장을 우선시하며 대처 방안까지 조언하는 정보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경우 미 대사관은 전문에 '정보원을 철저하게 보호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2007년 3월 29일 미 대사관이 노근리피해자대책위의 동향을 본국에 보고한 전문입니다. 이 전문에는 당시 외교통상부 과장이 미 대사관 측에 피해자대책위가 희생자 유골발굴 작업에 나설 예정이라는 사실을 자진해서 알려줬다고 돼있습니다. 유해발굴 작업에 미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8건의 민간인 집단학살이 확인됐다고 미 대사관에 알려줬는데, 이 조사 결과는 1년 뒤인 2010년 12월에야 위원회에서 공식발표됐습니다.  

청와대 고위급 인사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 측의 전략을 미국에 알려준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인 2007년 9월 7일 시드니 APEC 정상회의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청와대 비서관이 한국이 쇠고기 문제에 대해 제기할 것이라고 미국 측에 알려준 내용이 전문에 담겨있습니다. 미 대사관은 이 비서관에 대해 '우리에게 청와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한 가치 있는 정보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런 충격적인 일이 현 정부에선 없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대사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현지 네트워크 구축입니다. 해방 이후 한국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의 한국 내 인적 정보망 구축은 훨씬 광범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도 감청당하지 않게 역량을 강화하고, 상대를 감청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정보 수집 방법인 '휴민트' 강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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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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