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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분리징수, 대통령실이 숨기는 것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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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정부의 KBS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은 데는 상당한 오해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하면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착각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실제 분리징수를 납부 의무 해제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데는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수신료 분리징수의 명분으로 국민 편익을 강조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국민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취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는 겁니다.

방송법에 따르면 수신료는 공영방송 운영을 위한 특별부담금으로 명시돼 TV를 가진 사람은 월 2,500원의 수신료를 내도록 돼있습니다. 분리징수가 시행된다고 해서 수신료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수신료의 법적 성격과 납부 의무에 대한 논란은 199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일단락됐습니다. 당시 헌재는 TV 소지자는 시청 여부 및 정도와 관계 없이 방송의 수혜자로 수신료 납부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되면 오히려 국민의 불편이 커질 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존 전기요금에 합산돼 부과됐던 수신료가 분리고지됨에 따라 매번 별도로 납부해야 합니다. 방송법은 수신료 미납시 가산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체납시 가산금은 물론 재산 압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수신료를 징수하려는 징수원과 납부하지 않으려는 주민들 간에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명한 건 수신료 징수가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거라는 점입니다. 분리징수를 하게 되면 KBS에서 징수원을 별도로 고용하게 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이들이 늘어나 수신료 징수율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는 분리징수 시 지난해 6,200억 원대였던 수신료 수입이 납부회피 등에 따라 1,000억 원대로 급감할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존 재원의 6분의 5 가량이 증발하는 셈입니다.

수신료 축소는 각종 '공공서비스'의 대폭 축소·폐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북 방송, 국제 방송, 재난 주관 방송 등 KBS가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수신료의 3%를 분배받아 운영해온 EBS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EBS 중등과정 무료화 등 교육방송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방침인데, 재원은 거꾸로 가는 셈입니다.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제작비가 줄고, 외주사, 작가 등 프리랜서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프로그램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게 명확합니다.

정부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면서도 이런 부작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수신료 개편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상 대통령의 '하명'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내년 총선 전에 여론지형을 우호적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런 졸속적인 정책 추진은 지난 3월 대통령실이 느닷없이 엉터리 온라인 찬반 투표를 실시할 때부터 예고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공영방송의 역할이나 합리적인 재원 구조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됐을 리 없습니다. 정부가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하루라도 빨리 방송을 내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증입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열흘 간의 입법예고는 27일 끝났습니다. 남은 절차는 방통위 의결과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인데, 7월 중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일 대통령실의 분리 징수 권고가 나온 뒤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모든 법적·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겁니다. 수신료 분리징수는 정파적 이익은 담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줍니다. 정부가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기수 칼럼] 정녕 이동관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특보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지명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아들의 학교폭력과 이 특보의 과거 언론 통제 관여에도 오불관언입니다. 경향신문 이기수 편집인은 정치도 인사도 지켜야 할 선과 염치가 있는데, 버티는 이동관도, 편드는 여당도, 귀 닫은 용산도 강심장이라고 합니다. 내로남불 인사의 정점에 이동관이 있다고 비판합니다. 👉 칼럼 보기

[글로벌 이슈] 지중해 난민선의 소금 눈물

지난 13일 그리스 연안을 지나던 밀입국 선에서 최고 600명이 숨지던 때 인근 해안경비대 구조선이 수수방관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사회에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동아일보 신광영 국제부 차장은 이번 사건은 난민 밀입국선을 대하는 유럽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난민 신청이 모두 수용되기 어렵지만 적어도 목숨이 위태로울 때 구조를 받는 것은 국제법이 규정한 기본권이라고 개탄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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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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