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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석열에게 '개과천선'은 없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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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눈길을 끈 건 윤석열의 태도 변화다. '경고성 계엄'이란 말은 쏙 들어가고 '탄핵 공작'이라는 해괴한 음모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의 탄핵·내란 공세가 정권찬탈을 위한 내란이자 정치공작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그나마 비상계엄의 잘못을 조금은 인정하다 지금은 아예 책임을 민주당에 덮어씌우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극렬 지지층의 기세에 판이 바뀌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열심히 '희망회로'를 돌리는 윤석열의 모습은 탄핵 변론에서도 목격된다. 윤석열은 7차 변론에서 "증인들 진술이 상충되는 것을 많은 사람이 느꼈고, 재판관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들도 탄핵 공세가 야당과 홍장원·곽종근 등과의 거래로 시작됐다는 걸 알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임기 내내 음모론과 주술에 빠져 살던 '망상의 대가'다운 발상이다.

국민의힘에 대한 윤석열의 '옥중 메시지'도 달라졌다. 언제는 "정권재창출을 부탁한다"고 하더니 이젠 "당이 자유수호 운동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대놓고 지시를 내린다. 대통령으로 여당 연찬회에 참석해 일장 훈시를 하는 듯하다. 대전 초등학생 피살 사건에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는 메시지를 낸 것도 자신이 아직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는 환상에 빠져있기에 나오는 조치다.  

윤석열과 여당 주변에선 요즘 밑도끝도 없는 탄핵 기각설이 떠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에서 나온 4 대 4 판결이 도화선이 됐다. 보수성향으로 확인된 4명의 헌재 재판관이 윤석열의 손을 들어주지 않겠느냐는 근거없는 기대가 자가발전식으로 확산됐다. 윤석열이 임명한 재판관으로 탄핵 심판 주심을 맡은 정형식이 증인들에 대한 깐깐한 질문으로 극우로부터 칭송받는 현상도 이런 억측을 낳는데 한 몫했다.  

탄핵 막바지 '희망회로' 돌리는 尹
밑도끝도 없는 탄핵 기각설에 기대
망상 속에 복귀 꿈, 가당키나 한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드러난 윤석열의 법에 대한 무지와 무능은 이미 모두가 아는 바다. 그가 내린 비상계엄은 선포 요건에도 맞지 않고, 포고령은 위법투성이인데다, 국무회의조차 대충 건너뛰었다. 계엄 해제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아보려고 법전을 한참 뒤졌다는 윤석열이다. 그러니 전 국민이 불법 비상계엄을 목격하고 실행에 가담한 수많은 군인이 증언을 하는데도 복귀를 꿈꾸는 것이다. 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바람이 가당키나 한가.  

헌법과 법률 위반을 떠나서 탄핵이 기각됐을 때 벌어질 상황을 생각하면 윤석열의 기대가 얼마나 허황된지를 알 수 있다. 복수심에 가득찬 윤석열이 야당과 반대세력에 가할 패악질은 어떨 것이며, '친위 쿠데타'를 하고도 멀쩡히 살아남는 광경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떠올려 보면 된다. 앞으로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는 통치행위로 정당화되는 도착적인 현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비교적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보수진영에선 터무니 없는 탄핵 기각설 대신 자진 하야설을 꺼내들었다. 대통령 탄핵의 흑역사를 끊기 위해 탄핵 심판이 아닌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 보자는 주장이다. 윤석열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헌재 결정에 앞서 대통령직을 내놓는 대신 야당도 이를 수용하라는 얘기다. 보수가 보기에도 윤석열이 돌아온다고해도 국정을 잘 운영하기는커녕 나라 꼴이 엉망이 될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내놓은 고육지책일 것이다.  

이런 구상은 비상계엄 직후에도 나왔지만 윤석열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윤석열이 제 잘못을 알았다면 진작에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을 것이다. 윤석열은 때를 놓쳤다. 순순히 자진출석에 응했더라면 체포되지도 않았을 터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었다. 자진 하야했으면 탄핵 심판에서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내란 재판에서도 감형 요소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 수많은 기회를 번번이 발로 찬 윤석열은 응분의 댓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윤석열의 사전에 개과천선이란 단어는 없다. 윤석열은 결코 고쳐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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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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