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석열의 끝이 보인다
헌재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윤석열이 3·1절에 열린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에 크게 고무됐다고 한다. 윤석열 변호인은 집회에서 "대통령께서 정말 한없는 감사의 표정으로 '나는 건강하다, 잘 있다'는 인사를 꼭 전해달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도심을 가득 메운 지지층이 헌재 선고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확신이 묻어난다. 윤석열 측에선 탄핵 찬성 집회보다 반대 집회에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현직 보수대통령 탄핵 반대에 보수진영 다수가 동조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8년 전 박근혜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보수 지지층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보이는 숫자가 전부는 아닌 것이다. 탄핵 찬성 쪽이 상대적으로 집회에 적게 나오는 것은 대통령 파면을 기정사실로 여기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지지부진하자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반대편보다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된다.
지금 광장에 나온 탄핵 반대 세력은 윤석열이 좋아서라기보다 정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정서가 더 강하다.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탄핵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보수층 다수의 생각이다. 윤석열은 보수기득권 유지를 위한 도구일 뿐이지 언제까지 신줏단지처럼 지켜야 할 대상은 아닌 것이다. 보수진영에서 박근혜는 그래도 챙겨줘야 할 사람이라는 동정심이라도 있었지만 윤석열은 그런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이미 우리 사회는 탄핵 이후로 성큼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 옹위에 결사적인 국민의힘도 물밑에선조기 대선 준비가 한창이다. 잠재적 대선 주자들은 북콘서트다, 포럼이다 하며 대놓고 선거운동에 나선 마당이다. 당 지도부가 연일 전직 보수대통령을 만나고, 텃밭인 TK·PK를 찾는 이유가 뭐겠는가. 강성지지층이 두려워 겉으론 드러내지 못해도 윤석열 파면이 불가피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다.
이미 우리 사회는 탄핵 이후로 발걸음 옮겨
망상 접고 사과, 반성으로 재판 형량 줄이길
윤석열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던 권력기관들도 일제히 '손절'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김건희에 쩔쩔매던 검찰은 이제 김건희를 언제, 어떻게 요리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 검사였던 이복현 금감위원장이 김건희가 몸통이란 의심을 받는 주가조작 사건을 이 시점에 터뜨리는 배경은 안 봐도 비디오다. 난파선에서 빨리 탈출해야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다는 생존본능이 작용한 터다. 윤석열이 복귀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대통령 복귀의 착각에 빠져 있는 이는 윤석열뿐이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도 그렇지만 이후 수사와 탄핵심판에서 거짓말과 궤변으로 일관한 것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혀서였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서 윤석열이 살 수 있는 길은 냉엄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나마 재판에서 최고형을 면하려면 고개를 숙이고 참회록을 써야 한다. 일말의 성찰도 없는 중죄인에게 선처를 베풀 재판부는 없다.
윤석열은 어느덧 점차 잊혀진 존재가 되고 있다. 그가 헌재 최후 진술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드러낸지 열흘이 지났다. 모처럼 윤석열의 화난 표정과 거친 발언을 접하지 않게 돼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모습 자체가 많은 국민을 힘들고 짜증나게 했다. 이제 파면이 되면 윤석열의 동정은 내란 형사재판이나 그간 은폐됐던 비리 의혹 수사 결과를 통해서나 전해질 것이다.
윤석열은 재임 때 "역사만 보고 가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윤석열이 사라지면 역사가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명확하다.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다.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혼군'(昏君)이자 아둔하고 변변치 못한 '용군'(庸君), 사납고 악한 '폭군'(暴君)을 합쳐놓은 최악의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윤석열이 역사에 박제될 날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