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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리하면 침묵하는 윤 대통령, 국가지도자 답지 않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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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나는 순간 결론이 정해져 있었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 측에 오염수 방류에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진 터라 만남에 응한 것 자체가 찬성 의사인 셈이다. 예상대로 윤 대통령은 일본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몇 가지 후속조치를 요구하긴 했지만 하나마나한 소리다.

윤 대통령은 오염수 방류 찬성 입장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그것도 기시다 총리와 만나서 밝혔다. 국민 대다수가반대 입장을 보이고, 여야 정쟁으로 나라가 들끓을 때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그다. 모두가 대통령의 입을 쳐다볼 때는 고개를 돌리더니 일본 총리를 만나선 속내를 드러냈다. 1년 여만에 여섯 번이나 회담을 하다 보니 흉금을 털어놓을 사이가 된 건가.  

언제부턴가 윤 대통령은 불리한 이슈에는 침묵을 지키는 게 당연한 듯 행동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의 처가 문제다. 웬만한 공직자면 해명을 하든, 사과를 하든 뭐라도 한다. 대통령 부인과 장모 등 일가가 상당한 땅을 가진 것도 입길에 오를 일인데, 이 때문에 고속도로 종점이 바뀌었다면 경악할 일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조용하기만 하다.

더 기막힌 건 '일개' 장관이 대통령의 공약을 마음대로 백지화했는데도 아무런 질책도 없는 점이다. 평소 윤 대통령의 성정이라면 당장 감찰과 수사로 치도곤을 낼 판인데 침묵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백지화 발표 전에 누군가와 긴밀히 통화하고 메모하고 했다는 걸 보면 배경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해 아예 판을 깨라는 지시가 내려진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오염수, 국내선 침묵하다 해외서 기시다에 입장 밝혀
양평 고속도로 처가 특혜 의혹에도 한마디 언급 안해
유리한 이슈엔 적극, 불리하면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도 그렇다. 권력의 '방송 장악' 논란이 거센데도 윤 대통령은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국가의 공영방송이 와해될 위기에 처한 게 작은 일인가. 그러고는 해외 순방 중에 수신료 분리 징수와 KBS 이사 해임 건은 빠지지 않고 전자결재를 했다. 대통령의 생각이 어디에 꽂혀있는지 이보다 잘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국정의 거의 모든 사안에서 윤 대통령이 얼마나 '깨알 지시'를 하는 지는 정평이 나 있다. 얼마 전 수능 킬러 문항 배제 지시로 전 국민도 말로만 듣던 실상을 알게 됐다. 얼마나 미주알고주알 지시를 했으면 교육부 장관이 까먹고 있다가 뒤늦게 기억을 떠올리고 석고대죄를 했을까 싶다. 관가에선 대통령 보고 때 '듣기만 한다'고 해서 '듣자생존'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윤 대통령의 선택적 침묵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손해를 볼만한 사안에는 발을 담그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반대가 80% 안팎으로 부정적 여론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양평고속도로 처가 땅 의혹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염수 방류에 찬성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처가 의혹에 해명하기도 그러니 아예 입을 닫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중성은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거침없이 뛰어드는 데서 확인된다. 노조, 시민단체, 야당 등 반대세력은 '이권 카르텔'로 좌표찍고 목줄과 돈줄을 죈다. 그러자 지지층에선 "대통령이 이제야 제대로 일을 한다"는 환호가 쏟아진다. 윤 대통령 말과 행동의 기준은 오로지 총선 승리에 맞춰져 있다. 그 것이 헌법적 가치의 훼손이든, 국민 생명과 건강에 관련된 것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통 큰' 이미지였다. 그 자신도 지지층만이 아니라 반대 진영도 끌어안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었다. 하지만 취임 후 윤 대통령이 보여준 것은 협소하고 협랑한 모습이다. 단지 개인의 태도와 성정의 문제라면 너그러이 넘길 수 있지만 지도자의 잘못된 생각이 국가를 퇴행과 폭주로 몰고 간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질문을 피하지 않는 법부터 깨우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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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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