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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대통령, 고립되고 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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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오만한 정권'이라는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가 19일 열린 중앙선대위 발대식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은 조금이라도 오만하거나 국민 앞에 군림하려는 모습을 보였을 때 큰 위기가 왔다"고 한 말이 누구를 겨냥하는지는 분명하다. 윤석열 정부가 오만에 빠져있다는 얘기를 에둘러 한 셈이다.

한 위원장이 누군가. 윤석열 정부의 사실상 2인자로 현 정권 국정 실패의 공동책임자다. 이 정권이 오만하고 국민 앞에 군림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한동훈의 책임도 적지 않을 터다. 그런 이가 사돈 남 말하듯 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그가 태도를 돌변한 건 '자기 반성'에서가 아니라 총선 패배 위기감에서일 것이다. 선거에서 지면 차기 대선의 꿈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조바심이다. 제 살 길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밖에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사람은 한 위원장만이 아니다. 김은혜 전 대통령 홍보수석과 이용 의원도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하고 나섰다. 얼마 전까지 윤 대통령의 '입안의 혀'처럼 행세했던 이들이다. 정작 자신들의 사활이 걸리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표변했다. 선거 판세가 유리해도 그랬을까.

윤 대통령에게 요즘처럼 염량세태(炎涼世態)가 절절히 다가온 적은 없을 것이다. 한동훈과 친윤 의원들조차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며 권력의 비정함에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문득문득 차오르는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동훈과 친윤 일제히 윤 대통령 공격
총선 패배시 닥칠 악몽의 예고편일 뿐
집권 기반 된 공정∙상식 내팽개친 결과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펼쳐질 악몽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에서 쏟아지는 손가락질은 윤 대통령 한 사람에게 향할 것이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도 있다. 호위무사 노릇을 했던 검찰도 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알 수 없다. 터질 듯 팽창했던 권력이 바람을 잃은 풍선처럼 수축되는 건 순식간이다.  

윤 대통령이 마주한 냉엄한 현실은 그의 '상징 자산'의 상실에 터잡고 있다. 윤석열 집권의 토대가 된 공정과 상식은 임기 끝날 때까지 놓쳐서는 안 되는 불가역적 가치였지만 윤 대통령은 너무나 쉽게 허물었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 사태는 그 결정판이다. 아무리 부인해도 윤 대통령 자신에게 쏠리는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김건희 여사에게 쏠린 여러 의혹에 방어막을 치는 것은 또 어떻게 변명할 건가. 배우자의 뇌물성 명품가방 수수에 사과도 제대로 않고 대통령 가족에 대한 특검법을 거부하고도 공정을 입에 올릴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한 윤 대통령의 권위는 모래 위에 쌓아 올린 성이다.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의미하는 바도 다르지 않다. 조국 일가를 공정과 상식의 잣대로 단죄한 결과로 대통령에 오른 그가 거꾸로 심판대에 오른 모습은 아이러니다. 다수의 국민은 이제 윤석열∙김건희∙한동훈을 강자, 조국을 약자로 보고 법치와 정의를 묻는다. 지금 누가 살아있는 권력이고 죽은 권력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이다.

국민 다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사 윤석열이 나라를 그렇게 만들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허상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모든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이제 수많은 사람이 그의 가면 뒤에 숨은 맨얼굴을 보게 됐다. 그래서 윤 대통령에게 남은 3년은 평탄한 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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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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