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 대통령 유별난 '동창 사랑', 이유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무혐의 종결 소식에 바로 유철환 위원장이 떠올랐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다. 김 여사가 시민단체에 의해 권익위에 신고된 게 지난해 11월이고, 윤 대통령은 올해 1월에 유 위원장을 임명했다. 친분이 있는 대학 동기를 자신의 배우자가 고발된 기관의 장으로 임명한 게 우연일까. 그리고 유위원장이 대학 동기인 대통령 배우자 사건을 6개월 동안 뭉개다 해외순방 날 무혐의 처분을 한 것도 우연일까.
무혐의 논란이 커지자 '디올백은 대통령기록물'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만들어 낸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다.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사법자문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국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용기를 국민이 아닌 대학 선배를 위해 썼다.
지난달 사상 첫 현직 검사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대법원도 그 검사가 '보복 기소'로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인정했는데 9명 중 5명의 보수성향 재판관들은 탄핵 반대표를 던졌다. 그 대열에 낀 이종석 헌재 소장도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다. 판결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가 헌재고, 그 수장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데 대통령 동기가 맡는 게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또있다. 법제처는 지난해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방통위원으로 추천됐을 때 결격사유를 7개월 간 심사하지 않아 자진사퇴를 유도했다. 그 수장인 이완규 법제처장도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법제처는 법률의 위헌여부와 다른 법령과의 모순점을 심사하는 기관이다. 법령 해석에 시간이 오래 필요했던 게 아니라 대학 동기인 윤 대통령의 눈치를 봐서라는 게 합리적 해석이다.
주요 요직에 유독 많은 대통령 동기들
대통령 부부 지키기와 정권 보위 앞장
쓴소리 않는 충성파, 국정 실패 가속
이들 말고도 주요 요직을 차지한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는 여럿이다. 유독 그 대학, 그 학과, 그 학번 출신이 유능해서가 아니다. 대통령에 올랐으니 공직을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동기들에게 선심쓰듯 마구 나눠준 결과다. 어디 대학 동기들뿐인가. 윤 대통령 주변에는 초등학교 동창, 고등학교 선배도 널려있다. 윤 대통령이 숱한 논란에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애지중지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고교 후배에 대학 후배라는 확실한 보증수표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토록 '동문 챙기기'에 진심인 것이 무제한적 충성 요구라면 의도는 적중한 셈이다. 핵심 보직을 맡은 동문들이 하나같이 대통령 부부 지키기와 '정권 보위'에 나서는 모습을 보라. 온갖 궤변을 동원해 있는 죄는 없다고 덮고, 반대 편은 없는 혐의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어떤 무리수도 감행할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아무리 법과 원칙을 강조한들 자리 보전을 위한 허울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공적 인식의 결여다. 인사뿐 아니라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공보다 사를 우선한다. 윤 대통령의 공적 신념이 강했다면 국민연금 개혁을 그렇게 쉽게 발로 걷어차지는 않았을 게다. 총선 패배를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의 가족을 구하려고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고, 여당 만찬장에서 술을 돌리고 '어퍼컷'을 날리는 일도 삼갔을 것이다.
지금 윤 대통령 주변은 예스맨·충성파들로 넘쳐난다. 지지율이 바닥이고 탄핵이란 말이 아무렇지도 않고 나오는 데도 바른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 그게 다 동문과 선후배, 측근들로 방어막을 친 탓이다. 윤 대통령이 회복 불능의 어려움에 처한다면 그 첫번째 원인은 그의 유별난 '동기 사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