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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대통령, 한숨과 탄식의 나날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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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소식을 접한 윤석열 대통령의 심정은 무척 착잡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출마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탄식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노골적으로 후보들을 협박해 주저앉혔던 살풍경은 이제 한 여름밤의 꿈이 됐다. 용산이 고작 할 수 있는 게 친윤 성향의 인사 등을 떠밀어 한동훈 견제 구도를 만드는 거다. 윤 전 대통령이 19일 한 전 위원장의 출마 계획 전화를 받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지만 얼마나 속이 쓰릴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윤 대통령이 가장 잘한다고 자부하는 게 외교다. 그런데 그것도 옛말이다. 지난주 끝난 중앙아시아 순방은 별다른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해외 순방 때마다 따라붙던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는 말도 사라졌다. 국빈 방문 후 반등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되레 동행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얘기만 대중들 입에 오르내렸다. 외교를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했던 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 셈이다.

윤 대통령의 요즘 국정 운영 상황은 레임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정치학자들은 대통령 지지율의 지속적인 하락, 여당에 대한 주도권 상실, 잦은 정책 혼선, 차기 유력 주자군의 활발한 활동 등을 레임덕의 발현 조건으로 꼽는데, 윤 대통령은 거의 모든 조건에 부합한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임기 절반이 채 되지 않은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대놓고 말하지 않을 뿐이다.  

최근의 동해 유전 발표만큼 윤 대통령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사례는 드물다. 참모들이 회심의 카드로 준비했을 '국정 브리핑 1호'가 '석유 게이트'로 몰릴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윤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않는 신뢰의 위기가 저변에 흐르고 있음을 알지 못한 결과다. 신뢰를 잃어버린 지도자에게 권력 누수는 필연적이다.

한동훈 출마 못 막는 무기력한 윤 대통령
국정 운영 마비 상태, 레임덕 전형적 모습
해병대 외압, 김 여사 의혹 사실대로 밝히길

대통령이 전권을 갖고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이 인사지만 윤 대통령은 이마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은 전면적 인사쇄신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바꾼 자리는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와 차관 몇 명이 전부다. 이달 중 한다던 장관 교체는 하염없이 늦어지고, 총리 교체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러고도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길 바란다면 주제넘은 일이다.

윤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다. 물가고와 가계부채, 자영업자 위기로 민생이 멈춰섰다. 북러 밀착 가속화로 한반도 전쟁 위험이 고조되는데 남북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의료대란은 벌써 네달째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고, '인구 국가비상사태'라며 내놓은 출생 위기 대책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 게다기 국정을 책임질 여당의 보이콧으로 국회는 공전 중이다. 민생도, 입법도, 정책도, 안보도 올스톱이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상황이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꽉 막힌 정국을 뚫으려면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윤 대통령에게는 그럴만한 힘과 능력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권력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이치다. 윤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 비공개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여소야대 국회 구도에 위축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데 희망사항일 뿐이다. 대통령의 힘이 부치는데 아래서 이를 지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윤 대통령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나마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채 상병 순직 외압 사건에서 이제 더는 윤 대통령이 숨을 공간이 없다. '한식에 죽나 청명에 죽나' 매한가지라며 무작정 버틸 계제가 아니다. 김 여사 의혹도 자진해서 검찰 가서 조사받도록 하는 게 최선책이다. 정치를 싸움으로 인식하는 윤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다. 내 것을 내주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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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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