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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대통령, 도대체 누구와 싸우는 건가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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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윤 대통령은 웬만해선 사람을 자주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번 쓴 사람은 믿고 맡긴다"는 게 인사철학이라고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게 요즘 인사에서 드러난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원칙이거나 사람을 쓰려해도 인재풀이 협소해서라는 게 더 사실에 근접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두 차례 개각을 했다. 지난 6월 개각에선 극우 성향 인사(김영호 통일부 장관)를 기용했고, 13일 단행된 개각에선 '싸움꾼'들을 발탁했다.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장관은 가차없이 자르고 전투력이 높은 인물들로 갈아치운 게 공통된 특징이다. 대통령실은 부인하지만 이종섭 국방부 장관 교체는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빼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의혹이 번졌을때 흐리멍덩하게 대처해 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을 튀게한 데 대한 '응징'인 셈이다.  

2차 개각에서 중용된 인사들 면면을 보면 투쟁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는 태극기 집회에서 '문재인 모가지' '노무현 악마'라고 했고,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는 과거의 '이XX' 욕설로 '찍지마 빌런'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는 방송에서 상대방 패널이 고개를 저을 정도의 거친 언사로 보수진영에서 유명세를 탔다. 바로 이런 태도가 윤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이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두 차례 개각을 통해 고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캠프 바깥에서 수혈해온 인사들이다. 대선 캠프 때부터 윤 대통령을 도왔던 사람들은 점차 밀려나고 그 자리를 이들이 차지했다. 이 가운데는 이명박 정부 관료 출신도, 박근혜 정부 때 인물도 있다. 심지어 유승민 전 의원 계파도 있다. 파벌을 가리지 않은 탕평책이라면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겠지만 발탁의 기준이 싸움 잘하는 '용병'들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능력 있는 장관보다 '싸움닭' 발탁한 2차 개각
취임 후 늘 싸웠던 尹, 내각도 전사집단 만드나
정작 싸워야 할 건 경제와 민생, 암울한 미래

가뜩이나 윤 대통령의 "싸우라"는 한마디에 내각은 전사(戰士)들의 집단으로 전락했다. 정책을 만들고, 민생을 챙기는 게 중요한 업무가 아니라 국회에서 야당과 가열차게 싸우는 게 본업이 됐다. '멀쩡하던' 국무총리가 갑자기 고성을 지르는 모습은 생경하다 못해 안쓰러울 정도다. 판사 출신인 여당 대표는 '사형'과 '1급살인'이란 험한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토론과 협의의 장소인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이 윤 대통령이다.    

윤대통령은 취임 후 누군가와 늘 싸워왔다. 처음에는 전 정부와 야당을 겨누더니 노조, 시민단체로 전선을 넓히고 이제는 무차별적으로 대립각을 키우고 있다. 졸지에 '이권 카르텔'이란 오명을 쓰고 예산이 대폭 삭감된 과학기술계까지 적으로 돌리는 양상이다. 급기야 언론을 '정치 공작'을 벌이는 세력으로 몰아 대대적인 탄압에 나섰다. 여당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걱정한 연예인을 '개념없다'고 직격한 걸 보면 문화예술계 숙청도 머지않아 재현될 모양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행태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원인이다. 피의자는 반드시 잡아넣어야 한다는 검사 시절 습성의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란 자리는 다르다. 모두가 같은 국민인데 누구는 끌어안고, 누구는 배척하는 게 대통령의 올바른 자세일 수는 없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는 "가장 상위의 싸움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싸움이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정작 싸워야 할 상대는 도처에 있다. 물가와 수출, 투자 등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와 싸워야 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격변하는 정세와 맞서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 암울한 미래에도 대응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갈라칠 게 아니라 힘을 모으고 하나로 묶어야 한다. 내 편만 보고 국정을 펴는 대통령을 우리의 대통령으로 여길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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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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