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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대통령 부부의 기이한 '관저 정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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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총선에서 여당의 궤멸적 패배 이후 등장한 말이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정치'다. 박근혜 정권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주 관저에 머물며 최순실, '문고리 3인방'과 국정을 의논한 사실이 탄핵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런 '관저 정치'가 현 정권에서 부활했다는 거다.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서 누구와 어떤 국정 내용을 상의했는가가 궁금증으로 남는다.  

'관저 정치'의 일단이 드러난 건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이다. 핵심 인사 정보를 언론에 흘린 당사자는 공식 인사라인이 아닌 '김건희 여사 라인'이었다. 세간에는 아이디어의 출처가 김 여사라는 얘기가 돈다. 윤 대통령도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 관저에서 부부가 공유한 구상이 비선 라인을 통해 전파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관저에 다녀오면 결정이 바뀌는 경우가 잦다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김 여사의 국정 개입이 인사에 그치는 것 같지는 않다. 그간 윤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정책 가운데 하나라도 김 여사의 입김이 배어있다면 그야말로 아찔하다. 단순히 배우자의 의견을 듣을 수는 있지만 참모들과 회의를 거쳐 정해진 결정이 바뀌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최근 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문은 그래서 더 걱정된다. "대통령이 어디에 있든 머무는 곳이 곧 집무실"(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희대의 발언이 있긴 하지만, 개인 생활 공간인 관저와 대통령 집무실이 엄연히 구분된다는 건 박근혜의 세월호 참사 당일 대처에서 명징하게 드러난 바다. 사적 공간에 오래 머물수록 배우자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 떠올리게 하는 '관저 정치' 부활
대통령 부부의 '사법 리스크'도 논의했을 것
'채 상병∙김건희 특검' 수용이 바른정치의 길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오는 '법률수석' 신설 방침도 '관저 정치'의 산물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이 각종 사법적 의혹이니 이에 대처하려는 목적에서 나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야권이 총선 후 윤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여기에 집중됐을 수 있다. 아예 대놓고 대규모 로펌을 곁에 두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조만간 닥칠 '채 상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에게 악몽과도 같은 것이다. 대통령실의 개입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사건의 윤곽은 선명해졌다. 대통령의 '격노'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정황과 물증이 넘친다. 검사로서의 오랜 경험은 이런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뚜렷한 신호를 보낼 것이다. 재임 중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불가하지만, 혐의가 확인되면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김 여사의 앞날도 안갯속이다. 명품백 수수 장면은 전 국민이 지켜봤고, 주가조작 사건도 임계점에 달했다. 호위무사 역할을 했던 검찰도 언제 돌아설지 모른다. 권력이 스러지면 바람보다 더 먼저 눕는 게 검찰의 변하지 않는 생존술이다. 여당의 보호막도 점차 옅어지는 모양새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도와주지 않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형국임이 실감 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이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의 본질조차 몰랐다는 자기 고백이 황당하지만 뒤늦게나마 제대로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만큼은 다행스럽다. 그러려면 기이한 '관저 정치'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제 발로 나와 국민 곁으로 다가서야 한다. 칼날을 피하기보다 당당하게 특검을 수용하는 게 옳은 길이다. 그게 진정한 정치의 모습이라는 걸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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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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