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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대통령, 왜 '반성'을 국민 앞에서 하지 않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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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여당 참패 후 국민의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이 변할 것인가에 집중돼있다. 어떤 변명으로도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집권 후 윤 대통령 감싸기에 급급했던 보수진영에서조차 대통령이 달라지라고 하는 마당이다. 이쯤되면 윤 대통령도 더 이상 자신의 소신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윤 대통령은 19일 참모회의에서 "나부터 어려운 국민들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며 "책상에 앉아 있지 말고 살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날에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선거 다음날만해도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를 여당에 주문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성의 강도가 높아진 걸 보면 민심의 이반이 심상치 않음을 뒤늦게 깨달은 게 아닌가 싶다.

모처럼 대통령이 몸을 낮추는 모양새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말이 달라졌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바뀔 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정책과 기조의 변화인데 아직은 손에 잡히는 게 없다. 국민의힘에선 나온 변화는 당 대표를 살리는 댓가로 임명직 당직자들을 쳐낸 것이다. 새로 된 사람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이 참모회의를 처음으로 야외에서 했다고 보도자료가 나왔다. "새로운 방식, 새로운 접근법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지만 꿈보다 해몽이다.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잘못을 인정했으면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할 게 인사다. 유독 내 편, 내 사람을 고집한 터라 조금만 신경쓰면 얼마든지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차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보란듯이 '친구'를 지명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인물이라도 대학 동기동창이라면 남의 시선이 꺼려져 발탁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그 며칠 전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친분이 있는 인사를 KBS 사장 후보로 재가했다. 중립성과 공정성이라고는 안중에도 없는 처사다. 이러니 반성과 성찰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모처럼 반성과 성찰 말하기 시작한 윤 대통령
헌재소장, KBS 사장 인사 보면 달라진 것 없어
'국민 소통'도 언론과 야당 빠져 실효성 의문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의 변화의 열쇳말은 '소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소통에 야당과의 소통은 빠져 있다. 아직도 윤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을 만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여전히 '확정적 범죄자'라는 확신에 차 있는 듯하다. 검찰이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후 수사와 기소에 더 열을 올리는 데서도 대통령의 생각이 드러난다. 거대 야당과 협치 없이 어떻게 민생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과의 소통'도 그다지 달라질 게 없을 것 같다. 대통령실에선 소통 방안으로 '타운홀 미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중단된 출근길 문답을 재개하거나 1년 넘게 중단된 기자회견을 열 생각은 없는 듯하다. 지금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 TV 생중계를 통해 대국민담화를 자주 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건 일방향 독백이 아니라 가감없는 비판의 목소리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의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국정운영의 방향은 옳으나 밀어붙이는 듯한 태도나 언행만 조심하면 된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일은 잘 하는데 국민에게 전달이 잘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 상황을 그렇게 안이하게 인식한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건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서민보다는 기업과 부자들을 우선시하는 경제정책과 노조와 시민단체 등 비판세력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행태, 언론을 통제하고 집회시위를 제약하는 반헌법적 행태 등을 멈추라는 요구다. 외교안보와 대북관계에 있어 보다 신중하고 주도면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진정 자성과 성찰을 하고 있다면 당당히 국민 앞에서 해야 한다. "책임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한다"고 말했듯이 참모의 입을 통하지 않고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소상히 설명해야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사과와 반성까지 남의 뒤에 숨는 것은 대통령 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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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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