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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동혁의 특명, '한동훈을 막아라'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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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친장동혁'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친한동훈계 의원들에게 윤리위 제소를 엄포했다. 27일로 예정된 한동훈 전 대표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 동행하면 해당 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당에서 축출된 사람을 위한 정치 활동은 당헌 위반으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경고다. 서문시장 동행 의사를 밝혔던 친한계 의원들은 앞서 중징계를 받은 배현진, 김종혁 꼴 나지 않을까 불안에 떨어야 할 처지다.  

장 대표 측에선 2주 전 '보수의 심장'이랄 수 있는 서문시장 방문 때 '푸대접'받은 기억이 선명할 것이다. 본인은 흔들리는 리더십을 대구시민들의 성원으로 회복하려했지만 싸늘한 분위기에 혹을 붙인 격이 됐다. 행여 한동훈 서문시장 방문 때 인파가 운집하고, 환호가 쏟아지면 장 대표의 모양이 우습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장동혁·한동훈 서문시장 투샷'만은 피하고 싶은 심정이 친한계 의원 제소 위협으로 나타난 셈이다.

장동혁을 거꾸러뜨리고 '보수 재건'을 꿈꾸는 한동훈은 대구 지역 출마를 노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적은 대구에서 국힘 후보와 정면 승부를 해 이기면 보수의 적자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해 대선 후보가 됐던 홍준표 모델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장 대표는 일찌감치 대응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동훈이 무소속으로 보궐선거에 뛰어들 경우 '필승 전략을 짜겠다'고 말했다. "한동훈이 출마하면 승리할 수 있는 선거전략을 잘 짜보겠다"고 했는데 기필코 한동훈을 낙선시키기 위해 '자객공천'도 불사할 모양이다. 그러자 한동훈은 "출마 지역을 미리 말하면 국민의힘에서 다들 덤벼들 거라 미리 공개하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선거가 무슨 두더지 게임이라도 되는지 두 사람의 신경전은 선거 막판까지 이어질 것 같다.  

한동훈 서문시장행 주시하는 장동혁
보궐선거서 한동훈 낙 전략도 마련
선거 승리보다 당권 유지에 더 관심

지방선거 전략이 도대체 있기는 하느냐는 아우성이 나올 때마다 장 대표는 "다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다들 그 계획이 뭔지 궁금해했는데, 번번이 공개를 미뤘다. 윤석열 1심 선고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절윤 외치는 세력과 절연"이 선거 전략이라고 했다. 이쯤되면 장 대표의 지방선거 전략은 오로지 '반한동훈'뿐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백지장도 맞들어야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한동훈은 보수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서 일정 세력을 가진 한동훈을 쳐내는 건 필패일 수밖에 없다. 장 대표 측은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에선 확실한 지지층만 불러 모아도 이길 수 있다는 셈법인데, 과연 한동훈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올 지부터가 의문이다.

이런 단순한 계산을 못할 리가 없기에 장 대표 의도에 갖가지 억측이 쏟아진다. 그중 하나가 장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보다 당권 유지에 더 관심이 있다는 주장이다. 역대 선거에서 패배한 당 대표가 자리를 유지한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장동혁 대표 유지설이 도는 것은 '윤 어게인'이 주축인 당원 구조 때문이다. 국힘 당원은 윤석열 내란 사태로 75만명으로 떨어졌다가 장 대표 당선 후 11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새로 유입된 골수 지지자 수십 만명이 받쳐주면 지방선거에 패해도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을 할 법하다. 선거 패배 이유를 '배신자' 한동훈에게 돌리고, 전당원 투표에 신임을 물으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힘 내부에선 장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얘기도 돈다. 당 대표 취임할 때만해도 호랑이 등에 올라탄 처지였지만, 지금은 상당수 '윤 어게인'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줄곧 오른쪽으로 내달리다 보니 '전광훈파' '부정선거론파' '강성 유튜버' 등과 일체화가 되다시피 했다. "윤 어게인과 함께 할지 밝혀라"고 큰소리치던 극우 유튜버 전한길이 돌변한 것도, 장 대표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했던 고성국이 잠잠한 것도 이미 한 몸이 됐다는 방증이다.

보수 지지자들 가운데는 지방선거에서 국힘이 폭망하길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야 장동혁과 '윤 어게인'이 사라질 거고, 그 폐허 속에서 새로운 보수가 싹틀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이 이기느냐보다 국힘이 어떤 모습이 될 지 관심을 갖는 게 더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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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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