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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판사' 장동혁, '검사' 한동훈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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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제명을 보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은 장동혁 대표가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거다.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 '배신자' 처단이라거나 정치적 경쟁자 제거 작업이기만 할까 하는 점에서다. 그렇다고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을 내쫓는다는 건 지질해 보인다.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알지 못하는 사감(私感)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만하다.  

두 사람의 판사-검사 전력을 들춰보는 건 그래서다. 판사 출신의 장동혁과 검사로 잔뼈가 굵은 한동훈의 이력이 앙앙불락(怏怏不樂)하는 사이의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관통한 직업은 이후 진로를 바꾸더라도 깊은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특히 엘리트 의식이 유별난 판·검사 같은 직업이라면 스스로의 경험과 의식을 지키려는 의지가 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판사와 검사는 갑을의 관계다. 두 '기관'의 서열은 분명하다. 판사는 재판정에서 모든 과정을 지휘한다. 심문과 증거 채택, 재판 진행, 판결 등에서 전권을 행사한다. 검사는 변호사와 같은 소송의 한 당사자에 불과하다. 그러니 판사가 갑이고, 검사는 을이다.

장 대표는 한동훈 제명 사태에서 갑의 위치를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당게 논란'에 대한 한 전 대표의 소명과 반론을 철저히 무시했고, 재심 기회를 부여했지만 이미 판결 방향은 정해놓은 상태였다.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 보복"이라는 한 전 대표의 반발은 사과와 반성 없는 태도로 보고 감형 요소에서 제외했다. 검사 출신 한동훈이 판관 출신인 자신의 결정에 지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안팎에 공표한 셈이다.

당 대표에 오른 뒤 장동혁의 행보에서 일관되게 보이는 건 과도한 자신감이다. 윤석열과의 절연 거부, 한동훈 쳐내기, 지방선거 대처 등 모든 상황을 자신이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득해 보인다. 마치 정치의 무대를 법정으로 여기고 그 주관자인 판사로서 한 편의 역할극을 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재판정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무질서를 평정했듯이 정치의 영역도 다르지 않다고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갑을 관계 분명한 판·검사 이력 영향
韓 지배하려는 張, 지지 않으려는 韓
정치 초짜들 권력 싸움에 국힘 수렁

판사의 시각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건 위험천만하다. 판사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판결도 상급심에서 뒤집히기 일쑤인데, 하물며 온갖 변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통할지 의문이다. 우선 내부부터 정리하고 외연을 확장하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법리에 기반한 엉터리 판결과 같다. 그런 판결이 피고는 물론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리 만무하다.  

'검사 한동훈'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한 전 대표는 이기려고만 했다. 피의자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코 기소해야 한다는 특수부 검사로서 몸에 밴 오기가 작동했다. 한 전 대표 말대로 아무 것도 아닌 당원 게시판 논란을 해명하는 데 1년이 걸렸다. 당 대표 시절 진작에 고개를 숙였으면 장동혁도 쫓아낼 명분을 찾지 못했을 게다. 정치에선 때론 지는 것이 이기는 거라는 기본적인 룰조차 깨닫지 못한 탓이다.

장동혁과 한동훈 모두 정치 초년병이다. 장 대표는 판사를 하다 정치에 뛰어들어 정치 경력은 5년 정도고, 한 전 대표도 윤석열이 끌어준 법무부 장관을 포함하더라도 정치 경력이 4년 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장동혁은 초선에서 단숨에 당의 수장에 올랐고, 한동훈은 국회의원도 거치지 않은 채 당 대표를 거머쥐었다. 밑바닥부터 대중과 호흡하고, 부대끼면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장해온 정치인들과는 궤적이 한참 다르다.

두 사람이 정치 초짜가 아니었어도 국민의힘이 이 지경이 됐겠느냐는 탄식이 보수진영에서 넘쳐난다. 몇 달째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의 권력 다툼에 혀를 차는 국민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의 앞날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국정은 내팽개친 채 자존심 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한심해서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번 사태를 '자강두천(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이라는 신조어로 묘사하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국민은 '천재'라는 단어 대신 '천치(天癡)'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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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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