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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 만나면 해야 할 말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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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일본이 한국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협조를 요청할 모양이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11일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한국의 이해를 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방류 일정을 한달 후로 잠정 결정한 일본으로선 막판 작업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일본이 한국에 공을 들이는 것은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국가여서다. 한국만 설득하면 거리가 더 먼 중국과 홍콩, 대만, 그리고 태평양 도서국 등이 반대할 명분이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 입장에선 한국이 오염수 방류를 지지해주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이 동북아시아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오염수 방파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기시다 총리의 '읍소'에 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대통령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종합보고서가 발표되자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산하 국제기구인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존중'이라는 단어에서 대통령실의 긍정적인 입장이 엿보인다. 그게 아니더라도 횟집 먹방에 수조물 먹방까지 마다하지 않는 여당의 행보를 보면 윤 대통령이 방류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시다 총리가 극구 윤 대통령을 만나려는 것도 한국 정부의 기류를 간파한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개인에 대한 믿음도 깔려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강제동원 '제3자 변제' 해법을 아무 조건없이 내놓은 게 윤 대통령 아닌가.  "한일관계는 한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이런 인식을 가진 윤 대통령이라면 오염수 문제에도 통크게 도움을 줄 거라는 생각을 기시다 총리로선 했을 법하다.

기시다 총리, 한국에 오염수 방류 협조 계획
한국 정부, 여당의 긍정적 분위기 간파한 듯
한일관계 정상화 이후 일본만 유리한 상황
윤 대통령, 일본에 방류 연기 적극 요구해야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황은 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 다음 단계로 일본이 노리는 건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철회라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노골적으로 "한국의 수산물 등 수입 규제 철폐가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일본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게 각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일본에 아낌없이 내주기만 했다. '물컵 반잔' 대일정책은 윤 대통령의 장담과 달리 일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기대했던 경제분야 성과는 되레 대일 무역수지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산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이 다시 늘면서 일본 제품 수입은 크게 증가한 반면, 수출은 개선되는 기미가 없다. 적자 폭이 지난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양국 교역이 활발해져도 우리나라 수출입 특성과 산업 구조 등을 고려하면 대일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강제동원 문제만 해도 일본 전범기업은 한 마디 사과도 배상도 하지 않는데 우리끼리 공탁금을 놓고 싸우고 있다. 정부가 일본을 대신해서 변제금을 피해자들에게 억지로 건네려는 건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니 위안부, 독도, 교과서 등 일본의 과거사 도발에도 결기있게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미일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 강화와 핵협의그룹(NCG) 일본 참여 논의 등 군사안보 분야도 일본의 국익에 더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정작 일본은 뒤로는 북한과의 대화에 공력을 들이는 모양새다. 북한과 일본이 최근 싱가포르 등에서 몇 차례 접촉을 진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양국 간 실제 만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이 미일만 쳐다보는 사이 일본이 북한과 뒷거래를 한 게 사실이라면 뒤통수도 이런 뒤통수가 없다. 이러다 북한과 담장을 쌓은 한국만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는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많은 국민은 자긍심은커녕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불안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일본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고 할 말은 해야 한다. 기시다 총리에게 일본이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것인지 압박하고, 방류 연기를 요구해야 한다. 국민 85%의 반대 의견을 전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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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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