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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재명이 가야할 길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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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27일로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 체포동의안은 부결이 확실해 보인다. 대표적 비명(비이재명)계로 불리는 설훈 의원도 의총에서 대놓고 부결을 주장했다니 결과는 보나마나다.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본 비명계에서도 "이 정도로 당대표를 검찰에 내줄 순 없다"는 반응이 확산됐다는 후문이다. 애초 표결 당론 채택 여부는 논란의 대상도 아니었던 셈이다.  

정작 이 대표의 난관은 이제부터다. 검찰은 내달 중 이 대표를 기소할 게 명백하다. 그때 되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토록 한 민주당 당헌 80조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도부에서 이를 의식해 일찌감치 정치탄압 등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비명계가 이번처럼 순탄히 넘길지는 의문이다. 구속영장에서 빠진 '428억 뇌물 약정'이라도 담긴다면 반발은 한층 거세질 것이다.

당헌의 허들을 어렵게 넘더라도 더 길고 험난한 가시밭길이 놓여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발 보도로 천기가 누설됐듯이 이 대표에 대한 '쪼개기 영장'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2차, 3차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날아오면 '방탄'의 견고함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때맞춰 대장동, 성남FC,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재판이 줄줄이 시작된다. 추가 영장에 대응하랴, 재판에 출석하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소는 누가 키우냐"는 볼맨 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이 대표 처지도 처지지만 민주당 상황은 더욱 딱하다.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 후 뚝 떨어진 당지지율은 민주당의 앞날을 짐작케 하는 신호다. 당에선 표본이 잘못됐고 국민의힘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어쨌든 당에 대한 비호감이 커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당이 내홍과 수렁에 빠질수록 중도층과 무당층이 등을 돌릴 것은 자명하다.  

이재명도, 민주당도, 지지자들도 모두 함께 추락하는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까. 총선 시계가 재깍재깍 다가오면 이 대표를 향한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건 불가피하다.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부닥칠 것이다. 이 대표는 어제(23일) 기자회견에서 "국경을 넘어 오랑캐가 불법적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 격퇴해야 한다"고 했지만 리스크가 커지면 '단일대오'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체포동의안 부결은 기정사실
2차, 3차 영장에 재판 이어지면 민주당 내홍 커질 것
"이재명 대표 체제 총선 치를 수 있나" 근본적 의문
'친명'과 '비명' 정치적 타협으로 위기의 당 구해야 

가장 확실한 돌파구는 이 대표의 결단이다. 당을 살리고 지지층을 흩어지지 않게 하는 길을 찾아내야 할 가장 큰 책무가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안팎의 압력이 임계점에 달하기 전에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 설혹 당대표에서 물러난다고 이재명의 정치적 자산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총선 공천이 아니라 차기 대선이다. 재판 결과라는 변수가 있지만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라는 데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 대표의 결단을 돕기 위해서는 친명계와 비명계의 정치적 타협이 요구된다. 이재명도 살고 당도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권을 내려놓는 대신 이재명을 지켜준다는 다짐이나,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잃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2016년 '문재인 모델'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의 탈당으로 곤경에 처하자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총선 공천 등 전권을 맡겼다. 그 결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압승 예상을 깨고 민주당은 제1당에 올라섰다. 만약 당시 문 대표가 공천권에 욕심을 냈다면 총선 승리도, 그에 이은 대선 승리도 없었을 것이다.

정치지도자에겐 자신을 포기할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그가 진정 '윤석열 검찰정권'에 맞서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더 멀리 내다보고 더 담대해져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때 '호시우행(虎視牛行)'을 자주 언급했다.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걸으며 예리한 통찰력으로 꿰뚫어보고 행동은 우직하게 하라는 뜻이다. 지금 이재명에게 이보다 절실한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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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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