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이충재인사이트
  • 이충재칼럼
  • 지난 인사이트
  • 공지 사항

[칼럼] 이재명 잡으려다 되치기 당한 윤석열

이충재
이충재
- 5분 걸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 무죄에 가장 속쓰린 사람은 윤석열일 것이다. '이재명 죽이기'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한 공력이 허사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한데 자신은 대통령 직에서 내쫓길 날만 기다리고 있으니 울화가 치밀기도 할 터다.

윤석열은 지난 대선 때부터 이재명을 '중범죄자' 취급했다. 대통령 당선 뒤에는 "범죄자와 무슨 대화를 하느냐"며 2년 동안 명색이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을 홀대했다. 임기 내내 야당과 이재명을 '반국가세력'이라고 공격하더니 급기야 비상계엄까지 발동했다. 이재명을 '적'으로 규정하고 혼자 분노를 키우다 급발진을 한 꼴이다.

이 대표 무죄 판결로 확인됐듯이 윤석열은 수족과도 같은 검찰을 동원해 정적 제거에 나섰다. 이재명이 덫에 걸려들지 않자 "왜 구속을 못 시키냐"며 검찰 수뇌부에게 격노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 그렇게 닦달한 결과가 8개 사건 12개 혐의, 5건의 기소다. 대선 낙선자에게 수백 명의 검사가 달라붙어 현미경을 들이대며 탈탈 터는 장면은 이전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살풍경이다.

애초 누구를 알았느니 몰랐느니, 협박이니 압박이니 하는 문제로 유력 정치인의 숨통을 끊으려했던 것 자체가 무망한 일이다. 이 사안은 검찰이 당초 이재명을 겨눌 때 목록에 들어있지도 않았다. 대장동 사건의 얼개가 잘 맞춰지지 않자 별건의 별건으로 가지를 치다 나온 사건이다. 어떻게든 이재명을 집어넣고야 말겠다는 검찰의 집요함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재명 무죄에 가장 속쓰릴 윤석열
검찰 동원한 '정적 죽이기' 실패 귀결
모든 게 윤석열 자업자득이자 운명

사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따지면 윤석열은 진작 사법처리되고도 남았다. 대선 후보 때 윤석열은 "김만배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했고,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선 "투자해서 손해만 봤다"고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 이런 의혹으로 10여 건이 고발됐지만 수사기관에서 죄다 무혐의 처리했다. 이재명처럼 인식의 영역이 아니라 명확한 팩트로 거짓이 드러났는데도 그랬다.

거짓말에 능수능란하기로는 윤석열만한 사람이 드물다. 대개의 경우 거짓말을 하면 표정이나 호흡, 맥박 등에서 티가 나지만 윤석열은 예외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기자회견에서도 금새 틀통날 거짓말을 태연히 한다.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비롯해 명태균과의 관계, 국민의힘 공천개입, 8년만에 잡았다는 골프채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12·3 내란 사태에서도 윤석열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뻔뻔하면서도 능란하게 거짓말을 늘어놨다. "체포의 체자도 꺼내지 않았다" "인원이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는 등 헌재 변론 내내 국민을 속였다.

이재명 무죄로 윤석열의 실오라기 같은 기대도 깨졌다. 윤석열은 이재명이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오면 여론이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바뀌고, 그것이 헌법재판관들을 움직여 탄핵 기각으로 이어질 거라는 희망회로를 돌렸을 터다. 헌재 선고가 기약없이 늦어지면서 이재명 선고가 먼저 이뤄지자 계획대로 돼간다며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되레 윤석열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이재명은 살아났지만 자신은 죽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헌재가 아무리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쳐도 이재명 재판이 끝난 마당에 윤석열 선고를 더 늦출 이유는 없다. 여론 지형은 이재명의 확실한 우위로 움직일 게 뻔하고, 이는 헌재 선고에서도 윤석열에게 불리하면 불리했지 유리한 상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윤석열의 잘못은 이재명을 정치적 경쟁자가 아니라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상정한 것이다. 자신의 허물은 보지 못한채 편협한 검사 시각으로 상대를 악마화한 데서 비극은 잉태했다. 이재명을 어떻게 쓰러뜨릴까 골몰할 시간에 민생을 살피고 국정을 챙겼으면 총선 참패도 없었고, 그러면 비상계엄 선포도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대통령에서 파면당하고 내란 수괴로 감옥에서 오래 살아야 한다고 불안해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고, 운명이라는 것을 윤석열은 아직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이충재칼럼

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당신이 놓친 글
[칼럼] 헌재 '늑장 선고', 윤석열만 웃는다
[칼럼] 헌재 '늑장 선고', 윤석열만 웃는다
by 
이충재
2025.3.21
[칼럼] 윤석열, 장기 격리가 답이다
[칼럼] 윤석열, 장기 격리가 답이다
by 
이충재
2025.3.14
[칼럼] 윤석열의 끝이 보인다
[칼럼] 윤석열의 끝이 보인다
by 
이충재
2025.3.7
[칼럼] '대선 후보' 자기가 정한다는 윤석열
[칼럼] '대선 후보' 자기가 정한다는 윤석열
by 
이충재
2025.2.28
당신이 놓친 글
[칼럼] 헌재 '늑장 선고', 윤석열만 웃는다
by 
이충재
2025.3.21
[칼럼] 헌재 '늑장 선고', 윤석열만 웃는다
[칼럼] 윤석열, 장기 격리가 답이다
by 
이충재
2025.3.14
[칼럼] 윤석열, 장기 격리가 답이다
[칼럼] 윤석열의 끝이 보인다
by 
이충재
2025.3.7
[칼럼] 윤석열의 끝이 보인다
[칼럼] '대선 후보' 자기가 정한다는 윤석열
by 
이충재
2025.2.28
[칼럼] '대선 후보' 자기가 정한다는 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