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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춘석, 터지길 잘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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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이춘석 사태'가 고약한 건 차명 주식 거래와 재산 신고 누락뿐이 아니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도중에 거리낌없이 딴짓을 하고 있었다는 게 놀랍다. 당시는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 중 가장 먼저 처리키로 한 방송법 통과를 놓고 여야가 필리버스터로 한창 기싸움을 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런데 이 의원은 동료 민주당 의원이 9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펴는 와중에 태연히 휴대폰을 열어 주식을 매매했다. 나사가 빠져도 한참 빠지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 본회의장은 사진기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좋은 곳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딴짓을 하다 경을 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전날에는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사면 요청 문자가 카메라에 잡히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그런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똑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그 정신상태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국정과 민생은 알 바 아니고 어떻게든 나만 돈 벌면 된다는 심리 아닌가.

돌아가는 정치 상황을 보면 집권세력의 기강이 해이해지기에 좋은 여건이긴 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고공 행진이고, 여당 지지율도 국민의힘에 비해 더불스코어다. 유일한 견제 세력인 제1야당은 '친길'이니 '반길'이니 하며 자멸의 길로 질주하느라 여권에 공세를 집중할 형편이 아니다. 여론은 호의적이고, 야당은 지리멸렬이니 여당으로선 거칠 것이 없다고 느낄 게다.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나니 바짝 조였던 긴장이 풀어지는 조짐이 역력하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논란만 해도 그렇다. 이 이슈가 매번 증시를 뒤흔들 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걸 모르는 당국자는 없을 것이다. 조세 정상화도 좋고 세수 확보도 옳다. 하지만 시행에 앞서 증시와 투자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져보는 건 기본이다. 기준 완화를 제안한 기획재정부나 이를 심의한 민주당 누구도 부작용을 거론한 사람은 없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니 거리낄 게 없다는 오만함에 판단력이 마비됐던 것 아닌가.

집권세력 기강 해이 단적으로 드러내
대주주 양도세 논란도 안이함이 원인
이재명 정부, 신발끈 다시 조여매야

잘 나가던 문재인 정부가 첫 장벽에 부닥친 건 최저임금 정책이었다. 최저임금 '1만원'이 대선 공약이고 가야할 방향인 건 맞았다. 그러나 급격한 인상이 초래할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계산에 넣지 않는 바람에 엄청난 역풍에 시달려야 했다. 그 때도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치솟고 야당은 무기력했다. 민주당은 당시의 교훈을 너무나 쉽게 잊었다.

정책뿐 아니라 이재명 정부 인사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순풍에 돛단 듯 했던 내각 인사가 잇단 낙마로 점수를 까먹었다. 대통령실은 문제 인물 정리에 미적댔고, 여당은 감싸려 했다. 여기에 '막말 유튜버'인 인사혁신처장은 뇌관으로 남아있고, '보은 인사'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정권의 변곡점은 정책과 인사, 내부 비리에서 시작되는 게 경험칙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은 민심을 멀어지게 하고, 무모한 인사는 민심을 이반시키며, 권력의 비리는 민심을 분노하게 만든다. 이들의 공통점은 집권세력의 기강이 풀어줬을 때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금은 물이 넘칠듯 말듯한 아슬아슬한 국면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민한 대응이다. 이춘석 문제는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게 대처해 파장을 줄였고, 대주주 양도세 건도 발빠른 대처로 후유증을 최소화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일 공무원 기강잡기에 나섰고,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수해 예방과 작업장 안전 강조 등 느슨해진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리자 저마다 몸조심을 하고 있다. 아직은 정권 초기의 자정능력이 살아있다는 징표다. 어차피 터질 일이라면 회복탄력성이 있는 지금이 낫다.

이번 이춘석 파문은 현 집권세력에 신발끈을 다시 조여매라는 경고나 다름 없다. '내란 종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민생은 갈 길이 멀다. 정권 초에 해야할 개혁 작업은 산적해있다. 결코 안심하거나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정권 내부 세력부터 기강잡기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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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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