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곽상도 무죄... 그게 검찰 욕먹는 이유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무죄 판결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누가 봐도 검찰에 있다. 법원은 그의 아들에게 퇴직금 조로 수십 억이 건네진 건 "이례적으로 과도하다"고 봤다. 한데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으니 검찰의 수사 잘못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면 의지 부족일까, 무능 때문일까.
두 가지 모두일 가능성이 크다. 당초 검찰의 수사 착수도 여론에 떠밀려서였다. '정영학 녹취록'이 공개되고 '50억 클럽'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진 터다. 그러나 진실을 파헤칠 의지는 없고 능력도 없다보니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 첫 번째 신청했다 기각된 곽 전 의원 구속영장에는 돈을 받은 일시, 장소, 청탁대상 등 기초적인 내용도 없었다. 검사 출신인 그를 봐주기로 마음 먹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액이라도 뇌물을 주는 데엔 뭔가 바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수 백, 수 천만 원도 그런데 하물며 수십 억을 줬는데 반대급부가 없을 수 없다. 법원도 밝혔듯이 곽 전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부동산특위위원으로 대장동 사건과 직무관련성이 인정됐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대장동 일당이 돈을 건네 준 이유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첫 수사 대상이 그 모양이었으니 '50억 클럽'의 기라성 같은 검찰 출신 거물들은 거들떠나 봤겠나. 고질적인 패거리 의식과 '제 식구 감싸기' 본능이 발동됐다는 건 다른 인사들 수사가 감감무소식이라는 데서도 확인된다. 박영수 전 특검 같은 경우 제기된 의혹으로 따지자면 곽상도보다 더 많다. 그럼에도 수사의 편린조차 찾을 수 없는 이유를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외에 달리 해석할 수 있을까.
지난 5일 조국 전 장관 재판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로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같은 혐의로 기소 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유죄로 인정됐다. 공모와 실행의 정도가 다르다는 게 법원 판단인데, 검찰의 기소가 허술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서도 '윤석열 사단'에 대한 호의가 작용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유재수 감찰 무마 박형철 무죄 '윤석열 사단' 작용 눈총
녹취록과 진술 의존 대장동 수사 이재명 재판에 부메랑
따지고보면 검찰의 집요했던 조국 수사도 이런 인식과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왜 수사를 세게 밀어붙였는지 미스터리지만 만약 조국이 검찰 출신이었다면 사정은 달랐을 것이다. 물론 조 전 장관 일가의 입시비리는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뻣속까지 '검찰주의자'인 윤 총장에게는 좋은 구실이었을 게다. 감히 검찰을 손보겠다고 공언했으니 '불멸의 신성가족(神聖家族)'을 해치려는 '적'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여기지 않았을까 싶다.
곽 전 의원 무죄 판결로 식구는 챙겼을지 몰라도 검찰이 입을 후폭풍은 실로 막대하다. 그 후과는 단순히 '50억 클럽'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이 전력을 쏟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처리에도 차질이 생겼다. 법원이 곽상도 재판에서 밝힌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영학 녹취록'만으론 부족하다, 대장동 일당 진술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 그래서 녹취록과 진술을 보완할 물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곽상도 재판부가 대장동 본류 사건도 담당하는 만큼 동일한 원칙이 적용될 게 뻔하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주로 관련자들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 것도 이 사람과 저 사람이 다르고, 시점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검찰은 그동안 이재명이 엄청난 뇌물을 받은 것처럼 하더니, 정작 막바지에 이르자 1년 반 전의 배임으로 회귀했다. 수십 명의 검사가 달려들었는 데도 변변한 물증 하나 못 찾았다니 실력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간 언론에 수사 내용을 찔끔찔끔 흘린 건 다 뭐였나.
'이재명 정치 공동체'가 수백 억 뇌물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뒷받침할 물증도 적지 않게 남겼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녹취록과 오락가락하는 피의자 진술이 전부라면 재판부를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이젠 의혹이 아닌 명확한 물증을 제시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역풍이 언제 검찰로 향할지 모른다. 곽상도 무죄에 쏟아지는 국민적 비판이 그 걸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