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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의힘의 '김현지' 활용법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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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6일 열린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에 대한 첫 국정감사는 국민의힘이 원한대로 됐다. '김현지 없는 김현지 국감'이 바로 국민의힘이 바라는 바였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증인으로 나오는 것보다 출석을 기피한 것처럼 보이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있었을 터다.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 하루 전까지 이어진 실랑이의 쟁점은 김 실장 출석 여부가 아니라 오전이냐, 오후냐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일정상 오전에만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주요 질의가 오후에 이뤄지니 그때까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국회 출석을 안하겠다는 게 아닌데, 국민의힘은 극구 오후를 고집해 결국 무산됐다.

만약 국민의힘이 김 실장에 대해 추궁할 게 있었다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다. 질의 시간을 오전으로 조정할 수도 있고, 점심 시간을 늦춰서 질의를 최대한 많이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중요한 증인도 서너시간이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능히 짐작할만하다. 김 실장을 불러 해명의 기회를 주느니 '비선 실세' 김현지의 굴레를 계속 씌우고 싶었던 거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김 실장과의 지방 일정 동행 대신 국회 출석에 대비해 경내에 대기토록 지시한 것도 이를 간파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대기쇼'라고 주장했고, 저녁 늦게서야 "김 실장을 부르자"고 했지만 이미 신뢰는 무너진 뒤였다.

국민의힘의 속내는 이미 각 상임위에서 중구난방식으로 증인 출석을 요구할 때부터 드러났다. 법사위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사 교체 의혹, 과방위는 김일성 추종 세력 공세, 행안위는 대장동 아파트 관련 의혹, 농해수위는 산림청장 인사개입 의혹, 산자위는 정부고위직 인사 관련, 국토위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등으로 최소 6곳이 넘었다. 당초 대통령실이 대상인 운영위 증인만 요구하다 흥행이 된다 싶으니 여기저기 걸쳐 놓은 것이다.

제기되는 의혹도 대부분 황당한 것들이다. 김 실장이 김일성 추종 세력인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돼 있다는 주장만 해도 그렇다. 근거는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남편이 경기동부연합 핵심세력인데, 김 전 의원과 김 실장이 잘 알고 지냈다는 것이다. 그것도 15년 전 판결문에 '김 전 의원이 김 실장과 아는 사이'라는 단 한 문장밖에는 없다. 보수정치 세력이 늘 단골로 이용하는 전형적인 색깔론은 둘째치고라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흐릿하다.

김 실장 오전 출석을 극구 거부한 국민의힘
해명 기회주느니 '비선' 굴레 씌워 공격 의도
애초 증인 출석 거부한 여권이 공세 빌미 줘

다른 의혹도 죄다 마찬가지다.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던지고 본다. 오죽하면 국민의힘이 김현지 의혹 접수 창구를 개설하고 현수막까지 내걸었는데, 이렇다할 소득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라고 한다. 국민의힘으로선 김 실장을 베일에 가려둔 채 계속 논란을 키워 내년 지방선거까지 정부 비판에 활용하려는 생각이 클 것이다.

속이 뻔히 보이는 국민의힘의 전략에 말린 건 여권이다. 민주당이 애초 김 실장 증인 협의 때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대통령실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은 역대 국감에 빠진 적이 없는 직위인데도 야당의 공격 대상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제외해 논란을 자초했다. 그 직후 대통령실이 국감에 참석하지 않는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내면서 일을 키웠다. 그때 국회에 나오겠다고 했으면 사태가 이렇게 악화됐을까 싶다. 새 정부 초기 진용이 짜이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있는대로 밝혔으면 될 일이다.  

국감 출석 무산으로 김 실장은 두고두고 여권의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출석을 놓고 씨름하는 동안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 그는 전국구 인사가 됐다. 그런데 언급되는 내용은 부정적인 게 압도적으로 많다. '의혹' '범죄' '혐의' 같은 것들이 따라붙는다.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여권에서 이를 불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권 내부에서 조금만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면 국민의힘에서 김 실장에게 덤터기를 씌울 게 뻔한데 그때마다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는 사이 '비선 실세' '문고리 권력' 프레임은 강고해지고, 여론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 실장이 국회에 나가지 않은 게 여권에 두고두고 후회로 남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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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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