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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건희 지키기'에 진심인 윤 대통령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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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600일 만에 어렵게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많은 국민의 관심은 김건희 여사 의혹 답변에 쏠렸다. 이미 언론에서 윤 대통령이 명품백 수수 의혹 등에 진솔한 설명을 내놓을 거라는 예상을 쏟아내 기대가 컸던 탓이다. 보수언론에서조차 윤 대통령이 명품백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고, 신고는 했는지, 어디에 보관했는지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언감생심이었다.

윤 대통령은 명품백 수수 의혹 질문에는 "검찰이 수사를 잘 할 것"이라고 피해 갔고, '김건희 특검법'은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에서 탈탈 털어놓고 무슨 특검이냐고 되레 따졌다. "국민께 사과드린다"는 말은 이런 역공을 펼칠 구실에 불과했다. 이러니 제2부속실이나 특별감찰관 설치 답변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망한 일이었다.  

사실 검찰이 갑자기 김 여사 명품백 수사에 착수한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위해 급조된 작품이라는 것을. 이로써 검찰의 수사 결말이 어떤 방향인지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됐다. 김 여사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위한 윤 대통령과 검찰의 합작품이었다는 사실이 머잖아 드러나리라 본다.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속셈도 분명해졌다. '채 상병 특검법' 답변에서도 드러났지만 전형적인 시간끌기 전략이다. 검찰의 명품백 수사로 들끓는 여론을 가라앉히고,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도 공수처 수사로 시간을 벌자는 것이다. 그 사이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것이리라.

김건희 여사 의혹에 '맹탕' 답변 일관
윤석열 정권 블랙홀 된 김 여사 문제
명확히 매듭 안 지으면 암울한 미래

윤 대통령은 그간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는 유독 감싸는 행태를 보여왔다. 장모 최은순씨가 형기만료 두 달을 앞두고 가석방으로 풀려나는 것도 그렇다. 가석방 부적격 판정을 내렸던 두 달 전과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다는 건지 별다른 설명이 없다. 그러니 심사위원회의 독자적 판단으로 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 폐지한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키면서도 본래의 역할인 '대통령 가족' 감시 기능은 쏙 빠진 것도 마찬가지다. 총선 참패 후 공직자 기강 확립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게 윤 대통령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친인척은 감시의 사각지대로 두는 것을 이해할 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그의 비뚤어진 '가족사랑'은 검찰총장 때 김 여사와 장모의 비리 대응 문건을 검찰이 작성한 데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전혀 없다.

김 여사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된 지 오래다. 모든 국정 현안과 정책 과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요구받은 의제들 가운데 '김 여사 등 가족·주변 인사 의혹 정리'를 최우선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배우자가 4개월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해외토픽에 나올 법한 비정상적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제 양단 간에 결단을 내릴 시점에 이르렀다. 김 여사 의혹을 정면돌파할지, 아니면 의혹을 그대로 끌어안고 갈지를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진 데는 김 여사 의혹에 대한 보수층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이대로 안고 가면 보수층의 이탈은 더욱 커질 게 명약관화하다. 그마저 지지기반이 허물어지면 윤 대통령의 남은 3년은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윤 대통령뿐 아니라 국가에도 지극히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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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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