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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정부엔 검사 말고는 사람이 없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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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검사 대거 공천설'과 관련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략공천된 검사 출신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내줄 수 있다는 당협위원장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뒤이은 당의 설명은 결이 다르다. "검사 출신을 대거 내리꽂는 식의 공천은 없지만, 반대로 검사 출신도 경쟁력만 있다면 공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김 대표 발언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  

여권 주변에선 대통령실과 정부에 포진한 검사 출신 인사들의 출마설이 파다하다. 당사자 이름과 구체적인 지역까지 거론된다. 용산에선 물밑에서 출마자를 선정하는 교통정리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당선 가능성을 따져 전략공천과 경선에 부칠 사람을 나누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검사 출신의 한 고위인사는 "출마는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출마 의사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지만 대통령실 낙점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측근을 총선에 내보려는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당 전당대회에 우악스럽게 개입해 고분고분한 당 대표를 만든 이유가 뭐겠는가. 신임하는 인사를 대거 당선시켜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치인을 잘 믿지 않는 윤 대통령으로선 오랜 기간 몸담은 검찰이야말로 가장 신뢰할 만한 집단일 것이다.

정치권은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다른 정부 분야는 이미 검찰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내각에 이어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주요 부처에도 검사가 나가있다. 참여연대가 밝힌 주요 공직의 검찰 출신은 136명이다. 교육부의 경우 '교육개혁을 위한 입법수요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다수의 변호사가 같은 업무를 실시하고 있는 걸 보면 터무니 없다. 노동부 검사 파견은 '노조 때려잡기'를 떠올리게 한다.  

"검사 대거 공천 없다"지만 정치권엔 출마설 파다
대통령실, 내각 이어 정부 부처 검사 무더기 파견
'검찰 통치' 만연으로 사회 모든 분야 공포 일상화
尹, 수사 능력과 통치 역량 다르다는 것 깨달아야

수사하고 기소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검사들을 정부 부처에 실핏줄처럼 심어놓은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단순히 법률 자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책 방향과 내용에 개입할 개연성이 크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에 '세평'을 건네는 방법으로 정부 부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과거 국정원이 정부 부처에 요원을 보내 동향을 파악했던 것처럼 공직자들 동향을 감시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검찰은 막강한 수사권을 동원해 우리 사회를 통제해왔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수사하고, 압수수색하고, 기소를 할 것이라는 공포가 팽배하다. 야당 인사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고,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은 탈탈 털러다시피 해 축출당하는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다. 장차 닥칠 '방송 장악' 과정에서 검찰이 모종의 역할을 할 거라는 얘기도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 전체를 옥죄는 분위기는 심지어 정부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이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기업인들은 정부의 눈밖에 났다가 사정당국으로부터 치도곤을 당한 KT를 보며 정권 비위를 건들지 않을까 노심초사라고 한다. '검찰정권' 하에서 어느 기업인이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탄식도 나온다. 심지어 여당 의원도 야당을 향했던 검찰의 칼날이 언제 자신들을 향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게 현실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에 대한 환상과 착각 속에 빠져 있다. 검사는 수사를 하기 때문에 금방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검사들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법의 위반에 대해 처벌 가능성을 따져 단죄하는 일이다. 사법정의를 구현하는 기술과 역량은 갖추고 있을지 몰라도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푸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눈에는 당장은 검찰의 전방위적 활약으로 현안이 신속히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풀리는 게 아니라 갈등과 분노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만만히 봤던 한국노총이 당국의 탄압에 더는 못참겠다며 대정부투쟁으로 돌아선 게 신호탄일 수 있다. 머잖아 검사 출신들의 무더기 공천이 현실화되면 국민의힘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들의 수사 능력과 통치의 역량이 다르다는 것을 하루빨리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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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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