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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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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행실과 직접 관련된 법안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비리와 불법 혐의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두 사람이 애초 그런 의혹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을 터다. 한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 부부가 함께 위법과 부도덕에 발을 담근 게 단초인 셈이다.  

김 여사는 무려 8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여당 공천에 개입하고, 명품백을 받고,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은 거의 사실에 근접해 있다. 과거 정부의 어느 대통령 배우자가 이런 비합법과 부도덕의 경계를 넘나들었나. 이것만으로도 그는 영부인으로서, 국가를 대표한 '퍼스트 레이디'로서 자격 미달이다.

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무고한 사병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기는커녕 대통령의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해 사건을 은폐하고 뒤집으려 한 것으로 의심 받고 있다. 그러고는 사건의 발단이 된 '격노설'이 사실인지를 묻는 법원 질의에 '안보 사안'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대통령 격노 여부가 국가 안보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지 구차하고 비겁하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공천 개입' 의혹은 윤 대통령 부부가 함께 관여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는 녹취 파일에는 대통령과 김 여사 이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온다. 총선 공천 개입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해 실형을 선고받게 한 당사자가 바로 윤 대통령이다. 녹취 내용대로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면 도둑잡는 경찰이 도둑질을 한 격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을 겨냥한 쌍특검 법안이 '위헌적'이고 '정쟁형'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거듭 행사했다. 근거가 뚜렷한 비리 혐의를 수사하자는 게 헌법 위반이라는 건 언어도단이다. 공천과 당무 개입으로 헌법 질서를 어지럽힌 건 오히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다. 국민 대다수가 특검에 찬성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정쟁이라는 건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건희∙ 채 상병 특검법 또 거부한 尹
호위무사 검찰과 철벽 여당 믿고 남발
권력 남용 책임, 어떻게 감당할 건가

윤 대통령이 내놓고 거부권을 남발하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여당 의원들은 겉으론 대통령 부부를 손가락질하면서도 대통령의 기세에 눌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지도부를 용산 만찬에 불러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과 척을 진 한동훈 대표는 얼마든지 쌍특검 재의결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데도 그럴 용기가 없어 보인다.

검찰도 윤 대통령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꽂아 넣은 검찰 수뇌부는 어차피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들이 국민보다 권력을 쳐다볼 거라는 건 누구보다 윤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 김 여사와 관련된 물증이 아무리 쏟아져도 검찰 지휘부는 꿋꿋이 엄호할 태세가 돼있다. 여론의 지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명품백을 받은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것을 보라.

윤 대통령은 다음달이면 정권 후반기에 들어선다. 권력이 한창일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내리막에 접어들면 풍선에서 바람빠지듯 권력이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아부하던 측근들이 하나둘 떠나고 숨겨졌던 온갖 치부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때가 되면 호위무사였던 권력기관들도 등에 칼을 꽂으며 물어 뜯는 게 5년 단임제의 숙명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오로지 반문재인 하나로 당선된 것처럼 그대로만 하면 국민이 환호할 것으로 착각했다. 국민의 삶은 뒷전이고 권력에 취해 마음대로 국정을 주물렀다. 그 결과 경제와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민주주의 시스템은 퇴행했고, 국격은 곤두박질쳤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하는 거 보면 너무 겁이 없다"고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비호한다고 비판하면서 "얼마나 많은 비리가 있기에 이렇게 무리하느냐. 과거에 어떤 정권도 겁이 나서 이런 짓을 못했다"고 일갈했다. 윤 대통령이야말로 얼마니 비리가 많길래 자신이 관련된 특검을 거부하는지 묻고 싶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 모든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겁이 없어도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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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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