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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 윤석열'의 말로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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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대통령 윤석열'은 12월 3일부로 사실상 대통령의 권한을 상실했다. 계엄 선포 이전의 윤석열과 이후의 윤석열은 같은 지위일 수가 없다. 절대군주로 군림하기 위해 '친위 쿠데타'를 작당한 이를 국가지도자로 여기는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70%가 넘는 탄핵 찬성 여론(리얼미터 조사)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끝까지 뻔뻔하다. 국가를 나락에 빠트리고도 이틀째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계엄 선포 때 "저를 믿어달라"던 호기는 어디로 갔나. 당당히 국민 앞에 서지 못하고 뒤에서 한다는 말이 궤변과 변명이다. 온 국민을 밤새 혼돈과 공포에 떨게 한 계엄령을 '야당 경고용'이라고 둘러댔다고 한다. 어느 국가 지도자가 야당이 밉다고 계엄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하는가. 자신의 인식 수준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있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다.  

대통령실은 계엄 선포 정당화의 근거를 찾다가 "군이 국회의원 진입을 막지 않았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극소수만 밀실에서 일을 꾸미느라 작전에 혼선이 생긴 것을 호도하고 있다. 그나마 정권이 무능한 것에 감사라도 하라는 얘긴가. 그날의 계엄령은 결코 엄포가 아니었다. 국회와 국민이 막지 않았다면 도심에 장갑차가 출동하고, 곳곳에 계엄군이 깔리고, 언론사에 검열관이 상주하는 암울한 상황이 펼쳐졌을 터다.

윤 대통령의 힘은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용산 참모들과 정부, 여당은 제 살 길 찾겠다며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모습이다. 용산만 쳐다보던 공직사회는 계엄 사태 이후 몸이 움츠러들어 미동도 하지 않는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언제 무슨 이상한 일을 또 저지를지 모르는데 일이 손에 잡힐리 만무하다. 도대체 무슨 수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살릴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계엄 선포 후 대통령 권위 상실한 윤석열
국민들 등 돌리고, 국제사회도 손가락질
탄핵 피해도 남은 임기 고통과 괴로움뿐

대외적으로도 국가 원수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사실이 전 세계에 전파됐다. 신주단지처럼 떠받든 미국으로부터 '(계엄 선포는) 심각한 오판'이라는 비난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외신들은 일제히 대통령의 자격을 의심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언제는 김건희 여사의 기행으로 국제적 망신을 사더니 윤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민주주의 파괴범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국익을 수호하고 외교적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암담하다.

윤 대통령 앞에는 탄핵과 하야의 길이 놓여 있다. 공당의 역할을 포기한 여당의 보위로 7일 탄핵 표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을지는 모르겠다. 스스로 대통령 직위를 내려놓으리라고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권위도, 권한도 잃은 대통령의 자리는 빈 껍데기나 다름없다. 살아 있지만 죽은 것과 비슷한 뇌사 상태인 셈이다. 이렇게라도 임기를 채우겠다는 계산이라면 그만큼의 수모와 비참함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결국 무도한 '혼군(昏君)'을 끌어내리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들이다. 불붙기 시작한 촛불시위는 갈수록 거세게 타오르고, 바닥을 기는 대통령 지지율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 호위무사 역할을 했던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국가 사정기구들도 돌변해 대통령 등에 칼을 꽂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과 경찰이 내란죄로 고발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긴급 출국금지시킨 게 시금석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차라리 대통령이 되지 않는 게 국가나 자신을 위해서도 나았을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이끌 능력도 없이 무턱대고 뛰어든 게 화근의 출발점이다. 그는 민주정의 지도자가 아니라 전제군주가 되고 싶었던 거다. 국민들도 그가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나왔을때 알아봤어야 했다. 지금 온 나라가 대통령 하나 잘못 뽑은 죗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남아있는 하루하루가 고통과 괴로움의 연속일 것이다. 윤석열에겐 이제 후회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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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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