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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의혹, 용두사미 되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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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데다 사건 특성상 물증 확보가 어려워서입니다. 특히 공소시효 문제로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대가성 입증이 까다롭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경찰 안팎에선 전 의원 사건이 의혹만 있고, 실체는 규명되지 않은 채로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가장 큰 난관은 윤영호의 진술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윤영호는 특검에서 '2018년께 당시 전 의원에게 명품 시계와 현금 3천만원 정도를 작은 박스에 담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진술에 따르더라도 금품을 전달한 정확한 시기와 액수가 특정되지 않은 셈입니다. 이때문에 각 언론마다 금품 전달 시기는 2018~2019년, 현금 액수도 3천만~4천만원으로 제각각입니다. 금품 수수의 경우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공여자의 탄탄한 진술이 없이는 수사를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한 기초적인 단서부터 벽에 부닥친 모양새입니다.

윤영호의 협조 여부도 수사의 관건입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든, 뇌물 사건이든 제공자뿐 아니라 공여자도 처벌이 불가피합니다. 윤영호는 지난 1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의 비교적 낮은 형량을 구형받았습니다. 윤영호 변호인단은 내달 선고에서 집행유예까지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형량이 늘어날 수 있는 불법 자금 공여 진술을 계속 유지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윤영호가 지난 12일 열린 재판에서 "세간에 회자되는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태도를 돌변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보입니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영호가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윤영호가 금품을 직접 전달했는지도 불투명합니다. 일부 언론에선 윤영호가 "애초에 내가 금품을 직접 건넸다는 게 아니라 건네는 것을 봤다는 의미로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접 건넨 것이 아니라 통일교 고위관계자가 건넨 것을 봤다는 취지입니다. 윤영호가 통일교 2인자격인 세계본부장에 임명된 건 2020년 5월입니다. 특검 조사에서 윤영호가 정치권을 직접 접촉한 건 세계본부장 직책을 맡은 이후였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2018년께 전 전 장관에게 금품을 전달한 당사자는 본인이 아니라 다른 인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영호가 아니라면 그 인물을 특정할 수 있을지, 또한 그로부터 금품 제공 진술을 얻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윤영호든, 제3의 인물이든 진술 이외에 메모나 문자메시지, 사진 등의 물증 확보는 또다른 난제입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윤영호 다이어리에서 발견된 '큰 거 1장' 메모,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달라'는 문자메시지, 현금 다발이 담긴 상자 사진 등의 증거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습니다. 하지만 전 의원 사건은 시간이 한참 지나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영호 등이 별도의 증거를 제시하거나 경찰이 전 의원 자택 등의 압수수색에서 단서를 찾지 못하면 실타래가 꼬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공소시효 문제가 남습니다. 윤영호 진술대로 금품 제공 시기가 2018년이라면 정치자금법 시효(7년)가 끝나 뇌물죄로 처벌해야 하는데 첩첩산중입니다. 뇌물죄는 정치자금법과 달리 불법적인 돈을 받은 사실 뿐 아니라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윤영호는 특검에서 "문재인 정권 실세인 전 의원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일 해저터널' 등 구체적인 현안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뇌물죄는 기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경찰 주변에선 윤영호가 전혀 없는 일을 억지로 지어냈을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윤영호가 한학자 총재에게 직접 보고한 문건에는 전 의원에 대한 언급이 2018년 5월과 9월 두 차례 나옵니다. 전 의원이 천정궁을 방문했고 통일교 일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윤영호의 모호한 진술과 정황만으로는 사법처리까지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신속히 결론을 내려야 하는 현실적 여건 속에서 경찰이 얼마나 수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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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