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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트럼프 협상', 위험하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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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분 걸림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통화로 한미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한덕수에게 협상을 온전히 맡겨도 되느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두 달 후면 물러날 한덕수가 국익보다는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기 위해 서둘러 협상을 타결지으려 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한덕수의 일방적인 헌법재판관 지명에서 드러났듯이 이대로두면 윤석열정부의 대미 저자세 외교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명박 정권 당시 졸속 쇠고기 협상으로 국익을 저해하고 국민적 반발을 샀던 사태가 재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졸속 협상의 부담이 차기 정부 몫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도 한덕수와 통상팀에 대한 국회 차원의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우려는 한덕수와 트럼프와 통화 내용에서 감지됩니다. 트럼프는 한덕수와 통화 직후 소셜미디어에 막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흑자, 관세, 조선업, 대규모 LNG 구매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우리가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보호에 대한 지불에 관해 이야기했다"고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를 '원스톱 쇼핑'이라며 미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쏟아냈습니다. 통화가 끝난 후 백악관은 "미국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정말 긍정적이었다"면서 "테이블에 정말 많은 양보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덕수가 트럼프의 일괄협상 요구에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통화가 이뤄진 시점도 공교롭습니다. 이번 통화는 이날 아침 미국측 요청으로 성사됐는데, 당초 상견례식으로 짧게 진행될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합니다. 한덕수는 미하버드대에서 경제학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명박정부 때는 주미대사를 지낸 미국통입니다. 한덕수는 말미에 영어로 진행된 통화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영어가 아름답다고 평가했다고 총리실을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로서는 이런 '친미파'인 한덕수를 협상 파트너로 삼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관세전쟁에 나섰지만 국내외의 반발로 곤혹스런 입장에 처한 상황에서 만만한 한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앞서 백악관이 한국, 일본 같은 동맹과 먼저 협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덕수의 반응은 우려를 불러일으킬 만합니다. 한덕수는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협상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중국·일본 등과 연대해 미국관세에 맞설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그런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한·중·일 공동대응은 어렵다해도 협상 기술적 측면에서 미리 카드를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한국과 사정이 비슷한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향후 대응을 숙고 중인데 우리가 먼저 미국과 맞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게 협상 전략 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트럼프가 가장 역점을 둔 방위비 증액과 관련한 한덕수의 대응도 부적절합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집권 1기때 수조원에 달하는 방위비 증액에 합의했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이 파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 대선 직전에 한국 정부와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에 합의했는데, 이를 파기하고 한국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셈입니다. 그러나 한덕수는 이에 대한 부당함을 언급하기보다는 한미 동맹 강화와 대북 공조만 강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포함해 동맹에 대한 한국의 포괄적인 기여수준 및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설득력있게 제시하며 우리 입장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덕수는 이전 여러 정부에서 통상관련 직책을 맡아 통상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 등에선 한덕수가 탄핵소추되자 미국과 통상협상을 이유로 신속한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한덕수는 탄핵 복귀 후 대미통상 외교를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는 공언에도 아직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덕수는 윤석열정부 국무총리를 맡으면서도 통상외교나 경제 분야에서 이렇다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경제계에선 현직을 떠난지 오래된 마당에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경제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국익이 걸려 있는 미국과 협상을 하려면 여야를 떠나 정치권 협조가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그러나 한덕수는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기습 지명 등 위법적인 행위로 재탄핵이 거론되는 등 야권과 국민들의 불신을 사고 있습니다. 전 국민의 지원을 받아도 어려운 트럼프와 협상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불투명합니다. 섣불리 협상을 서두를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 보조를 맞춰가며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헌법재판관 지명처럼 통상 문제도 '알박기'를 하고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한덕수는 트럼프에게 영어 실력 자랑하지 마라

한겨레신문 정의길 대기자도 한덕수의 대미 협상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중국을 위시해, 유럽과 일본 등이 트럼프와 실랑이 끝에 큰 틀의 타협을 만들어낼 텐데 한덕수가 한국을 트럼프의 희생양이 될 길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은 가능한 트럼프의 미국과 협상을 늦추거나, 핵심 사안 결정을 미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정동칼럼] 증세 대선 후보를 원한다

새 정부에 닥칠 가장 큰 과제는 민생 회복이지만 재정 부족이 문제입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매년 막대한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세입구조에서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민생 정책을 뜻대로 펴기 어려운 만큼, 이번 대선에서 강력한 '증세'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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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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