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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보수화된 헌재' 믿고 버틴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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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에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배경에는 '보수화된 헌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권에선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 또는 기각될 거라는 기대가 많은데, 윤석열 정부 들어 보수 우위로 재편된 헌재 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헌재법에는 정치관여 금지 조항이 있어 재판관들이 정치적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지명절차 과정에서 대통령과 정당이 개입하는 구조라 이들의 성향이 헌재 주요 결정에 반영된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대법관 두 명의 교체로 '조희대 대법원'도 보수 색채가 뚜렷해지면서 '사법부 보수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헌재 소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헌재는 윤 정부 들어 보수 우위로 역전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헌재는 진보 5 대 보수·중도 4로 구성돼 있었는데, 현재는 보수·중도 6 대 진보 3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종석 소장을 비롯해정형식·이영진·김형두·정정미·이은애 재판관은 보수·중도로,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진보로 분류됩니다. 이종석 소장의 경우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로 중립성에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헌재가 보수화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판결은 지난 5월의 검사 탄핵 기각 결정입니다. 국회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기소한 현직 검사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탄핵안을 발의했지만,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무산됐습니다. 고위공직자 탄핵 결정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9명의 재판관 중 5명의 보수성향 재판관들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앞서 대법원은 이 검사가 유씨에 대한 보복성 기소로 공소권을 남용했다며 유죄 판결을 내린 터라 헌재 결정에 의문이 쏟아졌습니다.

여권이 이진숙 탄핵 심판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런 헌재의 기류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보수화된 헌재가 이진숙 위원장이 취임 3일만에 탄핵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을 했다고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깔려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헌재가 각하나 기각결정을 내리면) 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방통위 업무를 마비시킨 것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더 심각한 건 헌재의 보수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이종석 소장을 비롯해 이은애·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은 9~10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내년 4월 임기만료로 퇴임하는데, 후임자들이 대부분 보수 성향 재판관들로 채워질 공산이 큽니다.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하는데,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 재판관은 국민의힘 몫이고, 이은애 재판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천권을 행사합니다. 게다가 진보로 분류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도 윤 대통령 몫입니다. 야당의 몫은 김기영 재판관이 유일합니다. 최악의 경우 헌재 구성이 보수·중도 8, 진보 1의 절대적인 보수 우위 구도가 된다는 얘깁니다.  

'사법부 보수화' 논란은 헌재뿐이 아니라 대법원에서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임명된 노경필, 박영재 신임 대법관은 보수·중도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에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보류된 보수 성향의 이숙연 대법관도 곧 임명되면 대법원 지형도 보수 우위로 기울게 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은 제외하더라도 보수·중도 10명, 진보 3명으로 재편되는 셈입니다. 이들 외에 윤 대통령이 임기 중에 대법관 4명을 추가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의 보수화 색채는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와 대법원 등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사회의 보루라는 점에서 보수 편중 현상에 우려를 나타냅니다. 특히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데, 인적구성이 보수로 치우치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최근 미국에선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면책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었습니다. '낙태 권리 폐기' 등 보수적 판결로 연방대법원에 대한 미 국민의 지지도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한국도 사법부의 보수화와 정치화로 윤석열 정부 들어 퇴행하는 민주주의가 더 큰 위기를 맞을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침햇발] 사도광산과 잡배들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우리 정부가 동의한 것이 논란입니다. 한겨레신문 길윤형 논설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일본은 가만히 있는데 한국 홀로 물러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국가 정체성과 직결되는 역사문제, 거듭 신중하게 생각하며 결정해야 할 안보협력 문제, '라인 사태' 같은 경제 문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특파원 리포트] 한중 교류 비용이 비싸지고 있다

한중 관계가 최악의 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이벌찬 베이징 특파원은 최근 중국 인사들과의 인터뷰 추진 과정을 설명하며 두 나라가 서로에게 얼마나 냉랭한지를 설명합니다. 사드 사태와 코로나 확산, 지난해 한미일 협력 강화와 중러 밀착으로 양국 관계에 두꺼운 벽이 쌓였다며, 한중 교류의 비용이 더 비싸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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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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