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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유죄'면 덮을 수 있다는 착각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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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공천 개입' 육성 녹음 공개가 일파만파인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버티는 배경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달 중 나올 이 대표 선고 공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국면이 완전히 전환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건희 여사 문제 등 국정 수습책 논의도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명태균 게이트' 파문이 워낙 커 이 대표가 유죄가 나오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대통령실에선 지난주까지만 해도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여사에 대한 여론 악화와 집권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나 김 여사의 직접 입장 표명 또는 사과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 인적쇄신이나 부분개각 등에 대한 얘기도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이 대표 선고에 대한 기대가 부각되면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는 전언입니다. 이 대표 판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사과는 오히려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는 겁니다. 실제 대통령실에선 이 대표의 두 개의 선고 중 적어도 하나 이상에서 유죄가 나올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입니다. 1심이라도 이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여론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릴 것으로 용산을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 판결을 계기로 보수층에서 "윤 대통령을 지키자"는 결집 움직임도 생길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이런 계산은 윤 대통령 녹취가 공개된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양상입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이달 중 어떤 형태로든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기는 유동적입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임기전환일인 이달 10일 전후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조만간 추가 녹취 공개와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섣부른 입장 발표가 발등을 찍을 거라는 신중론도 내부에서 만만치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11년 만에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로 한 것도 이를 보여줍니다.  

이 대표 선고가 반전의 카드가 될 거라는 기대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동훈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개혁의 동력을 키우기 위해선 11월내에 먼저 매듭지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한 건 이 대표 선고를 염두에 뒀다는 게 중론입니다. 친한계에선 이 대표 유죄가 나오면 중도층이 한 대표쪽으로 쏠릴 걸로 전망한다고 합니다. 그전에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면 한 대표가 변화와 쇄신책을 제시해 세몰이를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전략도 윤 대통령 육성 공개로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한 대표가 4일 윤 대통령에게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낼 거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여권이 기대하는 '이재명 위기설'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다는 데 무게를 싣습니다. 이 대표는 15일과 25일 각각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받게 되는데, 설령 유죄가 나오더라도 정치적 위상에 당장의 치명상은 없을 거란 전망입니다.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수준(벌금 100만원)의 처벌이 뒤따르지 않을 수 있고, 벌금 100만원 형을 넘기더라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적접적인 공천 관여 의혹이 제기되면서 판이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 여사의 전방위적인 국정 개입 의혹이 커지는 와중에 윤 대통령 육성까지 공개됐다는 건 '명태균 게이트'의 둑이 무너졌음을 의미합니다. 그러지않아도 윤 대통령은 이미 정치·경제·안보 모든 면에서 사면초가에 놓여 있습니다. 이 대표 판결만 기다리다가는 자칫 통치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비상시국입니다.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스스로 특검 수사를 자청하고 협조하는 게 최선의 방안으로 보입니다.

[신영전 칼럼] "전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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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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