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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은 정순신과 다르다는 대통령실 궤변

이충재
이충재
- 7분 걸림 -

대통령실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아들 학교폭력 의혹 '문제없음' 판단은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변호사) 사례와는 다르다는 결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폭 피해자 중 한 명이 일방적 폭력이 없었다고 밝혔고, 정 변호사처럼 아들의 학폭을 무마시키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라는 겁니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폭력의 정도가 이 후보자 아들이 훨씬 심했고, 아버지의 역할도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 인사검증단의 검증 과정이 소홀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 아들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지목된 사람의 "화해했다"는 입장을 근거로 들지만 최소 2명 이상의 다른 폭력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습니다. 당시 피해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교사를 찾아가 상담하고 진술서를 제출했습니다.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이 당하지도 않은 피해를 꾸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이들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 이 후보자 아들을 모함했다면 징계감이지만 학교에서 그런 조치를 한 흔적은 없습니다.  

문제는 이 후보자 아들의 학폭 의혹이 충분히 검증됐느냐는 점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차원에서 이 후보자 자녀의 학폭 논란을 검증했으며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가 이 후보자 아들이 다닌 하나고는 물론 교육청·교육부에 아무런 자료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확인됐습니다. 학폭 논란의 실상을 파악하려면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 등 자료를 교육청과 학교로부터 확보하는 게 기본인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건 검증 소홀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대통령실이 취한 검증은 당사자인 이 후보자에게 관련 의혹에 대해 소명을 들은 게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후보자는 피해자 측과의 합의 사실 등을 들어 적극 소명했다고 하지만 가해자 쪽 진술만 듣는 건 반쪽짜리 검증에 불과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정순신 사태 이후 자녀의 학폭 관련 검증을 추가했지만 당사자에 대한 구두 질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거짓말을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하나마나한 검증인 셈입니다.

대통령실이 이 후보자 아들 학폭 의혹이 정 변호사 사례와 차이가 있다고 보는 또다른 근거는 학폭을 무마시키기 위한 소송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정 변호사는 아들의 학폭 의혹이 제기되자 본인이 나서 '끝장 소송'을 벌이며 전학 절차를 지연시켰습니다. 이 후보자의 경우는 당시 친분이 있는 하나고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 이사장은 이 후보자로부터 아들이 시험을 보고 전학을 가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 변호사처럼 소송을 하지는 않았지만 부당한 청탁 의혹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 후보자의 아들은 학폭위가 열리지 않은 채로 전학을 해서 수시모집을 통해 고려대에 진학했습니다. 2015년 국정감사에 출석한 입학사정관은 "만약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있었다면 수시 모집에서 불합격됐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소송을 이용해 아들을 비호한 '법기술자' 정 변호사와 학교 이사장과 접촉해 영향력을 행사한 '정권 실세' 이 후보자가 얼마나 다른지 의문입니다.

이 후보자 학폭 의혹의 핵심은 당시 법적 의무였던 학교폭력위원회가 왜 열리지 않았느냐는 점에 모아집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지침에 따라 담임교사가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했지만, 하나고는 담임교사가 학폭을 자체 종결할 때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종결사안 확인서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자 부인은 학교를 찾아가 "학폭위에 회부하라는 말을 교무회의 시간에 했던 교사들 명단을 적어내라고 했다"는 애기도 있습니다.

이 후보자가 당시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고, 부인이 학교를 찾아간 것 등은 외압 행사로 비쳐질 소지가 큽니다. 실제 이 후보자의 전화 이후 학교의 일 처리가 이상했다는 증언이 여럿 나왔습니다. 학폭위 설치 문제를 놓고 교사와 교장 간에 마찰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결국 정 변호사와 이 후보자가 '아빠 찬스'를 썼다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빠찬스로 법의 맹점을 이용한 '권력형 학폭'의 가해자라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이 후보자 아들의 끔찍한 학폭을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판단한 대통령실의 인식은 국민의 상식과 한참 어긋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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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