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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동료 시민'이 공허한 이유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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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우는 '동료 시민'을 두고 갑론을박이 무성합니다. 한 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를 성숙케하는 주체로서의 시민"을 강조하는 의미라고 설명합니다. 국민의힘에선 '동료 시민'을 각 지역 현수막에 게시하는 등 총선 홍보문구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동료 시민'이라는 용어가 대다수 유권자들에게 생소한데다 지칭하는 대상도 선택적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민주적 리더십의 표현이 아니라 단순히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 그칠 거라는 지적입니다.

한 위원장 측은 '동료 시민'이 미국 등 서구 정치사회에서 관습화된 용어를 차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통상 "동료 시민 여러분(Fellow Citizens)"으로 시작되는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에서 '동료 시민'이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거의 모든 연설에서 이 말을 쓰고 있습니다. 정치를 시작한 자신의 대표상품이자 키워드로 만드려는 의도가 역력합니다.

정치권에선 '동료 시민'이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자주 썼던 '세계 시민'이라는 용어와 맥을 같이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말과 함께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세계 시민'입니다. 이후 국제회의 나 해외순방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이 용어를 썼는데,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세계 시민'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브랜드로 활용했다면 한 위원장은 '동료 시민'이라는 단어로 이런 가치를 드러낸 셈입니다.  

하지만 '동료 시민'이란 표현이 한국 사회에는 생소해 국민에게 잘 와닿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서구에선 아테네 민주정과 로마 공화정에서부터 도시 단위로 정치 행위가 이뤄진 것이 '시민'이란 개념에 담겨있습니다. 반면 이런 역사적 배경이 없는 한국의 경우 해방 후 곧바로 국민국가 체제로 진행된 터라 '시민'이란 용어가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민주화 이후 능동적·다원적 주체로서의 의미가 담긴 '시민'을 쓰려는 노력이 있어왔지만 '국민'과 '시민'은 선별적으로 사용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한 위원장의 '동료 시민'이 와닿지 않는 더 큰 이유는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입니다. 한 위원장은 신년인사회를 통해 '동료 시민'의 구체적 사례로 "연평도 포격 당시 한 달동안 연평도 주민께 쉴 곳을 제공하셨던 인천의 한 찜질방 사장"을 거론했습니다. 지하철에서 행패당하는 낯선 동료시민을 위해 나서는 용기도 언급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동료 시민'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주로 지칭하는 걸로 보입니다.

정치학자와 전문가들은 서구에서 말하는 '동료 시민'은 훨씬 범위가 넓다고 지적합니다. 각자 주권을 가진 권리의 주체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장애인·성소수자·이주노동자 등 약자와 소수자를 포함한다는 얘깁니다. 이런 점에서 한 위원장의 '동료 시민'에 이태원 참사 유족이나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하는 다수의 국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다 기소된 박정훈 대령 등이 해당되는지 의구심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위원장은 정치를 시작한 이유로 "동료 시민에 대한 강한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위원장의 '동료 시민'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윤석열 정부로부터 부당한 탄압을 받고 있는 다수 국민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가 말한 '동료 시민'이 자신을 지지하거나 특정 세력을 지칭한다면 겉모습만 번드레한 또하나의 한동훈식 화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직필] 부자들의 '패거리 카르텔'

정부가 발표한 새해 경제정책 방향이 부자 감세로 얼룩져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재정 건전화를 내세워 지출을 제한하는 긴축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한국사회는 부자들이 감세의 이름으로 경제적 자원을 집단 약탈하면서 공동체의 기초가 무너져가는 것 같다고 진단합니다. 패거리 카르텔은 실력없는 부자들의 보수 정치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아침햇발] 민생으로 위장한 역대급 관권선거

총선이 다가오면서 윤석열 정부의 민생을 가장한 선거용 정책이 쏟아집니다. 한겨레신문 이재성 논설위원은 조세와 국토 관리를 볼모로 표를 구걸하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는 사악하다고 비판합니다. 순식간에 나라를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망국적인 '퍼주기'이자 두고두고 생채기를 남길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포퓰리즘'이라는 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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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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