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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왜 '한동훈 특검법' 입장은 안 밝히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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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한동훈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출마 선언에서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에 대한 견해를 내놓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비위와 관련된 '한동훈 특검법'에 침묵하는 건 집권여당 대표 후보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집중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도 한동훈 특검법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특히 특검법 수사 대상 가운데 검사 시절 정치개입 의혹에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조국혁신당이 1호 당론법안으로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은 고발사주 의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취소 소송 항소심 고의 패소 의혹, 자녀 논문 대필 의혹 등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 요청 시 피의사실 공표와 공무상비밀 누설 의혹,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시행령 등으로 무리하게 확대해 국회의 입법 취지를 유명무실화했다는 의혹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습니다. 검사와 법무부 장관 재직 시 제기됐던 한 전 위원장 관련 의혹이 망라된 셈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입니다. 2020년 21대 총선 직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간부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손준성 검사가 비판적 정치인에 대한 고발장을 직접 작성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을 통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입니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과 한동훈 당시 검사장이 깊숙하게 연루됐을 것으로 의심합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치에 개입한 전형적인 반헌법적 국기문란 행위입니다. 당 대표와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한 전 위원장에겐 치명적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전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재직시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취소 항소심에서 법률대리인을 교체해 패소를 자초했다는 의혹도 가볍지 않습니다. 1심에서 징계가 정당하다고 인정을 받아 승소한 변호사들을 내치고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법무부 산하 정부법무공단에 소송을 맡긴 뒤로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공단 소속 변호사들은 증인을 단 한명도 신청하지 않는 등 시종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해 결국 패소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을 위해 의도적으로 패소를 유도했다는 의구심이 컸는데, 사실일 경우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한 전 위원장 자녀 스펙 쌓기 의혹 사건도 의문투성이입니다. 한 전위원장 자녀가 논문대필과 봉사활동 2만시간 조작, 해외사이트 에세이 표절 등으로 대학의 학사업무 방해를 초래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입니다. 시민단체가 2022년 한 전 위원장 가족을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경찰은 모든 혐의를 불송치하고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이에 이의신청이 제기됐지만 최근 경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재수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검 외에는 의혹을 규명할 방법이 없게 된 셈입니다.

국회에 계류된 '한동훈 특검법'은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지만 한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되면 급물살을 탈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원내지도부는 최근 회동에서 한동훈 특검법 추진에 공조한 뜻을 비쳤습니다. 이와 별개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캠페인 국면에서도 원희룡, 나경원 후보 등 경쟁자들이 '한동훈 특검법'을 거론하며 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TV토론이 시작되면 이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치권에선 한 전 위원장이 스스로 나서서 여러 의혹을 해소하는 게 정도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정치인 한동훈'이 되겠다고 선언한 이상 법과 국민으로부터 검증 대상이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낱낱이 해명하고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윤 대통령처럼 자신을 죄어오는 특검법을 거부하는 방식을 답습한다면 한동훈의 정치적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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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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