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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부녀는 '경제공동체', 윤석열 부부는 아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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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딸과 함께 '경제공동체'로 엮어 뇌물죄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됩니다. 현직 대통령 배우자가 받은 명품백은 뇌물이 아니고, 전임 대통령의 사위가 받은 급여는 뇌물이라는 검찰의 논리는 일반법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딸을 경제공동체로 연결시키는 것은 허점이 많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더라도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 부녀를 경제공동체로 보는 근거는 딸 부부의 생계비를 문 전 대통령 쪽이 일부 부담해왔는데 전 사위인 서씨 취업 이후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채용된 것 자체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이익이므로, 부녀가 '같은 지갑', 즉 경제공동체에 해당한다는 주장입니다. 검찰은 서씨가 받은 급여 등 2억여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액수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경제공동체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당초 경제공동체라는 용어는 201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부부 사이를 지칭하면서 처음 사용한 것입니다.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와 최순실 간의 공동정범 성립을 증명하고자 고안한 것인데, 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얘깁니다. 실제 국정농단 사건 이후 뇌물죄 관련 사건에서 법원이 경제공동체 논리를 수용해 유죄로 인정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가장 큰 쟁점은 문 전 대통령 딸이 결혼 후 독립 생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입니다. 사위 서씨는 타이이스타젯 취업 직전까지 게임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독립 생계를 꾸려갈 벌이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문 전 대통령 쪽에서 생계비 일부를 지원해줬다고 해도, 미성년자도 아니고 결혼까지 해서 출가한 자녀인데 경제공동체라는 주장은 과도한 법리 적용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50억 뇌물수수 혐의 1심 재판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도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아들과 곽 전 수석을 경제공동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부녀에 대한 경제공동체 주장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대조된다는 점에서도 논란입니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 여사야말로 대법원이 인정한 대로 경제공동체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최재영 목사가 단순히 가방을 선물한 게 아니고 대통령을 보고 김 여사에게 뇌물을 건넸다면 부부 공동의 이익이라는 점에서 경제공동체 적용을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대통령 부인은 엄청난 권한을 지닌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한 알선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박영수 특검에서 최순실에 제공한 뇌물을 박근혜에게도 제공한 것으로 법리를 적용한 당사자입니다. 당시 동원한 경제공동체 논리로 보면 박근혜와 최순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친밀한 관계인지는 따질 필요조차 없습니다. 최순실과 김 여사가 각각 박근혜와 윤 대통령에 미치는 영향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당연한 사실조차 외면한 채 문 전 대통령을 경제공동체라는 억지 논리로 옭아매려는 것은 정치적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지지율하락 등으로 수세에 몰린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검찰이 국면 전환을 꾀한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온 국민이 목격한 김 여사의 뇌물수수 의혹엔 면죄부를 주면서 전임 대통령과 그의 가족엔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는 검찰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전직 대통령과 그의 딸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지만 살아있는 권력은 건드리지 못해서야 검찰의 존재 가치가 있을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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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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