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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이 '수사경찰'도 총괄?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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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을 '윤석열 사단'의 검찰 출신이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지난 16일 지원자를 마감했는데, 검사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 등 3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른 2명은 경찰 출신입니다. 유일하게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검·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검찰 내에서 '특수통'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경찰청은 이들 중에서 윤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자를 가려낼 예정인데, 정 변호사가 기용될 거라는 얘기가 파다합니다.  

국수본부장 검찰 출신 임명은 형식적으론 문제가 없습니다. 국수본부장 공모 자격 요건으로 '판사·검사·변호사 경력 10년 이상자'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 변호사의 이력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연수원 동기로 윤 대통령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검 중앙수사부 2과장이던 2011년 대검 부대변인으로 일했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인권감독관으로 근무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비리 핵심인물인 김만배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지난해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 기용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여권에서 정교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왔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약화된 반면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에 핵심 측근인 이상민 장관을 앉힌 것도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경찰 인사와 중요 정책을 관장하는 '경찰국' 신설안을 강행한 것도 이런 배경입니다.    

당시 경찰국 설치와 함께 돌았던 소문이 국수본부장에 검사를 앉혀서 수사 경찰을 틀어쥐려 한다는 거였습니다. 행정경찰은 경찰국을 만들어 장악하고, 수사경찰은 국수본부장에 검찰 출신을 기용해 통제한다는 복안입니다. 실제 국수본은 2021년 자치경찰제 시행 등 경찰제도의 대대적 개편에 따라 신설된 독립 수사기구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합니다. 경찰의 모든 수사를 담당하며, 일선 경찰서의 수사 관련 경찰관들은 모두 국수본 소속입니다.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독립적으로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국수본부장의 위상은 검찰총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 합니다. 검찰총장과 같이 2년 임기제를 둔 것도 그래서입니다. 초대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올해 2월까지가 임기입니다. 당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했던 국수본부장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때도 '윤석열 사단' 검찰 출신 인사의 임명설이 돌았지만 흐지부지 됐습니다. 경찰국 신설과 국수본부장 검찰 기용을 동시에 밀어붙이기에는 조심스러웠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정치권에선 이미 대통령실 등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임명해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국수본부장까지 검찰 출신을 임명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 검찰과 무관해 보이는 자리에도 검찰 출신을 기용한 만큼, 그대로 강행할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경찰의 권한이 커짐에 따라 통제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확고하다고 합니다.  

경찰에선 국수본부장 검찰 출신 임명설이 돌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내부 반발이 심상치 않을 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일선 수사 경찰들은 "정부가 경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고 조직을 장악하려는 포석"이라는 반응이 많다고 합니다. "검찰이 수사지휘를 했던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 "경찰을 손에 넣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을 시행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심지어는 검찰 출신을 치안정감인 국수본부장에 우선 앉힌 뒤 나중에 경찰청장 자리로까지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국수본부장까지 윤 대통령 측근인 전직 검사가 임명된다면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읽기] 벽을 보고 이야기해서야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일방적 소통을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잘못을 지적해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사례가 잦은 탓입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와 화물연대 파업,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서도 당사자들의 요구가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적어도 국민이 이야기하면 듣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사사건건] 가끔은 쉼표를 찍을 필요가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자주 구설에 오릅니다. 진영에 따라 평가가 갈리지만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일보 남상욱 사회부 차장은 한 장관을 '맞는 말을 뼈 때리게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 비유합니다. 그의 발언이 현재 검찰과 국민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건지,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위한 발판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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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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