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봉권 띠지 분실, 검찰 반발 잠재웠다
검찰의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이 여권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안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반발을 잠재웠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 자택에서 발견된 관봉권 출처를 규명할 핵심 단서를 검찰이 고의 또는 과실로 분실해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검찰개혁의 당위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파장이 워낙 큰 터라 검찰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보완수사권 유지 주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정치권에선 지난 7일 당정대협의에서 검찰청을 해체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뒤 검찰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올 거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습니다. 예정된 수순이긴 하나 정부 수립 후 71년만에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데 따른 검찰의 저항을 '각오'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당초 우려와는 달리 지금까지 검찰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도 반대 글을 올리거나 이에 대한 댓글은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법조계에선 이런 예상밖 상황은 최근 불거진 띠지 분실 사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합니다. 윤석열 정권 내내 쌓인 검찰의 적폐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입니다. 특히 지난 5일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한 검찰 간부와 수사관들의 황당한 답변 태도는 검찰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을 극도로 고조시켰습니다. 예상답변서를 미리 준비하고, "기억나지 않는다"고 빠져나가고,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행태는 국민을 우롱했을뿐 아니라 검찰 내에서도 제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청문회를 지켜본 검사들 가운데는 "부끄럽다"는 반응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 입장에서 띠지 분실 사건이 악재일 수밖에 없는 건 고의든, 실수든 후폭풍이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시 수사를 맡았던 남부지검 지휘부가 의도적으로 띠지를 폐기했다면 검찰이 증거를 인멸한 초유의 중대한 범죄 행위가 됩니다. 이 경우 당시 심우정 검찰총장 등 수뇌부는 몰랐겠느냐는 의문이 따릅니다. 검찰이 주장하듯 '실수'로 폐기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이 보완수사권 유지를 강하게 주장하는 근거가 경찰 수사력 부족인데, 검찰은 뭐가 다르냐는 반박에 부닥치게 됩니다.
최근 경찰이 수사한 사건의 관봉권 처리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경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에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사용됐다는 의혹을 수사해 옷값 결제에 관봉권이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옷값 결제에 사용된 관봉권 실물이 아닌 사진을 확보했는데, 사진 속의 띠지를 추적해 출처를 밝혀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관봉권 띠지도 중요 증거물이어서 증거물에 준해 관리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로서는 경찰의 수사력을 폄하할 처지가 아닌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된 셈입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 주장을 가장 무력하게 만드는 근거는 보완수사권을 악용한 정치 수사 전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입니다. 당초 이 사건은 경찰이 장기간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한 것인데,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이 대표를 기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후원금 의혹과 관련된 모든 기관과 기업에 대해서 강제수사를 벌여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 대통령이 기소된 여러 건의 수사가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이용해 부풀린 사건들입니다.
수사-기소 분리 후속 조치로 경찰과 중수청을 비롯한 수사기관 통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권한 집중 해소 문제와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 여부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논의하는 건 부적절합니다. 보완수사권 유지는 검찰 조직 내에 직접 보완수사를 담당할 수사 부서와 인력을 그대로 남겨둔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공소권과 수사권의 분리라는 대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검찰개혁을 무위로 돌리는 일입니다. 검찰의 직접적인 보완수사권 허용보다는 수사기관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이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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