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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이 더 두렵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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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법 수용 여부가 관심인 가운데 국민의힘이 '내란 특검법' 보다 '김건희 특검법'을 더 두려워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김건희 특검법에 포함된 '명태균 게이트' 규명이 특검에 넘어갈 경우 직간접적으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급 인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변변한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으로선 윤석열은 손절하더라도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큽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국정과 여당을 마비시키겠다는 민주당의 속셈이 깔려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에 대해선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국민들 분노를 의식해 눈치를 보고 있으나 조만간 한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특히 '내란 특검법'은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는 어렵지만 '김건희 특검법'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법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15가지 수사대상 가운데 김건희 개인비리가 아닌 명씨 관련 의혹입니다. 특검법에는 대선 경선 여론조작, 국회의원 보궐선거 개입, 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 이권 및 인사 개입 등을 수사하도록 돼있습니다. 대선 경선과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국한된 것처럼 보이지만 특검 성격상 지방선거와 국민의힘 대표 경선 등 사실상 최근 몇 년간 치러진 국민의힘 선거 전반을 들여다볼 공산이 큽니다.

국민의힘의 우려는 검찰이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을 확보해 디지털포렌식을 마치면서 현실화됐습니다. 명씨는 최근 휴대전화 3대와 USB 1개 등을 제출했는데, 검찰은 포렌식을 통해 수십만 개의 메시지와 카톡, 음성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엔 윤석열·김건희와 명씨간 통화와 문자는 물론 명씨가 그동안 언론에 언급한 여권 유력 정치인들과 나눈 메시지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상당수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명씨 의혹과 관련해 거론되는 주요 인사들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개혁신당의 이준석 의원 등으로 모두 범여권 잠룡들로 분류됩니다. 특히 오 시장의 경우 지인 김모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씨에게 수천 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입니다. 최근 명씨 측 변호인은 오 시장과 나눈 통화가 황금폰에 다 녹음돼있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습니다.

유력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홍 시장도 명씨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입니다.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 측이 여론조사를 명씨에게 의뢰하고, 국민의힘 당원전화번호 57만 건이 명씨에게 건네졌다는 의혹 외에도 홍 시장이 국민의힘 복당을 명씨에게 부탁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명씨는 홍 시장이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인데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준석 의원의 경우도 과거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명씨에게 의뢰한 여론조사의 신뢰성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관건은 한 권한대행이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는냐 여부입니다. 정치권에선 내란 특검법의 경우 한 권한대행도 피의자로 올라가 있어 거부권 행사가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김건희 특검법'을 받아들이기에는 국민의힘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여 고심이 깊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계엄 선포 이전에 자신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여러차례 건의한 터라 이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으로선 '내란 옹호당'이라는 비난에 더해 당의 생사를 가를 기로에 선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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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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