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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과 '직접 대화' 왜 위험한가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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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과 관련한 분석에서 간과한 대목이 있다. 대통령 소통 방식의 변화다. 언론을 통한 소통을 줄이는 대신 국민과의 직접  대화로 돌아서는 현상이 뚜렷하다. 최근의 대통령 행사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다수의 국민을 불러 모으는 형식이다. 국정과제점검회의와 청소년 간담회에 이은 정부부처 신년 업무보고도 비슷한 모습이다.

이런 변화의 양상은 MBC와의 충돌이 도화선이 됐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대통령실의 MBC 배제 조치에 다른 언론사들이 동조하지 않자 언론 전체를 기피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닌가 싶다. 역대 대통령이 거의 거르지 않았던 신년 기자회견을 취소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취임 후 첫 신년회견인지라 꽤 의미 있는 자리인데 언론이 껄끄럽다고 피하는 것은 대통령답지 않아 보인다.          

외견 상으론 국민과의 직접 대화가 나아 보일 수 있다. 각 분야에서 선정된 패널들과 각종 국정 현안을 놓고 대화하는 모양새는 그 자체로 좋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지난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 '질문리허설' 처럼 관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간담회도 지난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청년들 위주로 초청된 사실이 알려져 뒷말을 낳았다. 얼마든지 정부가 개입해 구미에 맞는 그림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언론을 통한 소통은 다르다. 물론 우리 사회 극심한 진영 갈등 양상에서 언론도 예외는 아니지만 본질적 역할에서는 최소한의 공감대가 있다. 적어도 정부의 지나치게 과도한 권력 행사에는 비판적 시각을 갖는다. 정부가 원하는 방식과 내용이 아니라 언론 내부의 여과 기능을 거친다는 점에서도 일정 부분 신뢰성이 담보된다. 대중의 여론을 가감없이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측면에선 국민과의 직접 소통보다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국민과의 직접 대화 강화는 국회와 정당 경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럽다. 사상 유례없는 준예산 편성이 코앞에 닥친 내년도 예산안만 해도 그렇다. 여당에 맡겨 놨으면 진작에 통과됐을 예산안을 대통령실이 감놔라 배놔라 하는 바람에 늦어졌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 개정 등 윤 대통령의 노골적인 당무개입도 여당 대신 대통령실이 직접 지지자들에게 소구하려는 심산일 것이다.  

여당을 대하는 행태가 이 지경이니 야당은 말할 것도 없다. 윤 대통령이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 손 한 번 잡지 않고도 전혀 꺼리길 것 없는 태도를 취하는 것도 그 것이 국민의 반쪽이든 아니든 같은 편하고만 소통하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법률을 건너뛴 '시행령 정치'로 얼마든지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야당과의 협치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정부도 국민과의 직접 대화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 화근이 됐다. 원전 정책을 해당 부서와 정당, 전문가들을 배치한 채 '순수 시민'들이 결정토록 한 것이 단적인 예다. 노동∙경제 등 주요 정책이 현실에 뿌리 내지리 못한 이유는 국회와 내각보다는 대중 정서에 기댄 일방적인 소통 방식을 취한 탓이다.

윤 대통령은 요즘 지지율 상승으로 자신감이 한껏 오른 모습이다. 언론과 접촉을 줄이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적어진 것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언론 기피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더 큰 손실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지지층의 환호에 취한 채 마냥 질주하다 보면 길을 잃게 된다. 입법부나 정당과 싸우는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보듯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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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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