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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울리는 '서울남부지법 민사 51부'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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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최근 국민의힘 공천·징계 가처분 사건에서 당 지도부가 잇달아 패소하면서 이런 결정을 내린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례적인 김영환 충북지사 컷오프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것도 배현진 의원,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처분을 무효화한 것도 이 재판부였습니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대선 국면에선 김문수 대선 후보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결정으로 당 지도부의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번번이 정당의 중대 사안을 법원에 맡겨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한 국힘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가 국힘과 관련된 사법 쟁점을 도맡아 하는 건 업무 관할상 불가피합니다. 우선 국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정당의 사무처가 여의도에 위치해 지역적으로 서울남부지법 관할권에 해당합니다. 서울남부지법에는 민사와 관련된 가처분 사건을 담당하는 합의재판부가 두 곳이 있는데, 51부와 52부입니다. 그런데 52부는 예비재판부 성격으로 운영해 그간 정당 업무와 관련된 비중있는 사건은 51부가 맡는 게 관례였습니다. 사실상 51부가 서울남부지법에서 신청사건을 담당하는 유일한 민사합의 재판부인 셈입니다.

정당 관련 가처분 사건을 주로 다뤄온 터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 결정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간 공천과 징계는 정당의 자율적 영역이라는 관점에서 사법 심사를 자제해왔지만 근래 들어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양상입니다. 최근 51부에서 나온 판결의 일관된 흐름은 당헌·당규에서 규정한 절차 위배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례도 "정당의 자율성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정당 자신이 정한 당헌과 당규를 중대·명백하게 위반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모아져 있습니다.

김영환 지사 가처분 인용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타당성이 있습니다. 민사합의51부는 "이미 공천 심사를 거쳐 컷오프를 해놓고 추가 공모를 한 것은 국민의힘 당규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51부는 앞서 배현진, 김종혁 징계 무효 가처분 결정 때도 '충실한 심의 부족' '재량권 일탈·남용' 등 절차상 중대한 하자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주호영 의원 컷오프 가처분도 같은 재판부라는 점에서 인용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관위에서 주 의원 컷오프 안건이 임의로 상정됐고, 공관위원들에게 찬반 의견을 묻지 않은 점 등이 절차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하지만 이 재판부가 석연치 않은 결정을 내린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국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선된 김문수 후보가 당의 후보 교체 시도에 후보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김 후보가 당헌에 규정된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단일화 중단을 요구했는데, 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무조건적인 우선권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결정에 힘을 얻은 국힘 지도부는 후보를 한덕수로 교체하는 전당원 투표를 밀어붙였다가 부결됐습니다. 당시 법원이 무리한 후보 교체를 추진한 국힘의 손을 들어줘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자율성을 명분으로 정당이 자의적으로 공천과 징계를 남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지방선거 등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자들이 당을 상대로 낸 수십 건의 공천불복 가처분 신청 가운데, 인용된 경우는 절차상 하자나 과정의 위법성이 명백한 경우였습니다. 공천 결정 기준이나 운영 과정이 민주적 또는 적법 절차에 반할 경우엔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법조계에선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컷오프 제도의 기준 및 운영지침을 구체화하고 당헌 및 당규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근본적으로는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돌출된 사안을 사법부에 내맡긴 정당에 책임이 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일 "공천은 여러 정무적 판단을 거친 당의 결정인데, 법원이 정치에 개입해도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날을 세웠지만 책임 전가에 불과합니다. 애초 '윤 어게인'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억지로 쳐내 불복의 빌미를 준 것도, 원칙 없는 기준으로 공천 파행을 만든 것도 국힘 지도부입니다. 당 내부의 갈등 조정마저 사법절차에 내맡긴 국힘 지도부는 스스로의 권한과 자격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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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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