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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인터뷰 의혹, '커피'가 본질 아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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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여권이 김만배 인터뷰를 '대선공작'으로 규정하며 주요 근거로 '커피'를 언급하는데 대해 논란이 제기됩니다.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 수사 당시 '윤석열 검사가 브로커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허위사실이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났다는 게 검찰과 여당의 주장인데, 이것이 사안의 본질은 아니다는 반론입니다. 뉴스타파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를 '정치공작'으로 단정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는데 대한 우려도 큽니다.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언론을 길들이고, 야당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에선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잇달아 '커피'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김만배가 신학림을 만나 윤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때 브로커 조모씨에게 커피를 타주며 사건을 무마했다는 허위인터뷰를 기획한 건 누구냐"고 했고,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대장동 비리 핵심 김만배와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만든 상상속 커피공작 의혹이 실로 충격적이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 브로커에게 커피를 타주지 않았는데 사실을 왜곡해 대선에 정치적 타격을 주려했다는 게 주장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지난 7일 공개한 72분짜리 인터뷰 전문에는 신씨가 "박영수가 윤석열하고 통화를 해서 그러면 조우형은 가서 박OO 하고 커피 한잔 마시고 온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라고 묻자 김씨가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라고 말한 것으로 돼있습니다. 김씨가 윤석열이 브로커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언급하지는 않은 것입니다. 뉴스타파의 2022년 3월 6일 보도도 대화 일부를 누락했지만 커피는 박OO 검사가 직접 내준 것으로 돼있습니다.

당시 '윤석열이 커피를 타줬다'는 보도는 뉴스타파보다 앞선 2022년 2월 28일 JTBC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JTBC는 남욱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조우형이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는 말을 했다"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후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결과적으론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지만 당시 상황에선 근거가 있습니다. JTBC는 이에 대해 "당시 보도기자가 남욱씨와 조씨의 진술 조서를 입수한 상태에서 남씨 진술만 보도했다고 사과했고, 해당 기자는 "의혹 당사자인 조씨보다는 제3자인 남씨 진술이 더 신빙성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시기적으로도 '대선공작'이라고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김만배-신학림 대화 날짜는 2021년 9월 15일로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고 약 2주 뒤였습니다. 당시엔 김씨의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기 전이었고,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50일 전이었습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음성파일을 들어보면 장소가 커피숍으로 산만한데다 김씨가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는 등 정치공작이라고 하기에는 어설픈 수준입니다. '대선공작' 의혹이 촉발된 계기는 신씨가 김씨로부터 1억 6,5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인데 인터뷰와 연관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반면 검찰과 여당은 언론이 제기한 의혹의 본질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나 JTBC 보도의 핵심은 윤석열 당시 중수2과장이 대장동 사업의 밑천을 대준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부실하게 한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브로커 조우형씨가 대장동 일당에게 대출을 알선했는데, 대검 중수부는 조씨를 두 번이나 소환해 조사하고도 입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씨는 4년 뒤 수원지검에서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습니다. 최초수사가 부실했었다는 점이 객관적인 사실로 드러난 셈입니다. 더군다나 당시 조씨 변호인이 윤 대통령이 검사시절 상관으로 모셨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였으므로 언론의 의혹제기는 당연한 것입니다.

언론계에선 '언론 윤리' 차원의 문제가 느닷없이 대선 정치공작으로 급발진한데는 노림수가 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대통령실이 전례없는 '고위관계자 익명 성명'까지 내면서 전방위 공세가 시작됐다는 겁니다. 비판보도 전체를 싸잡아 '가짜뉴스' 딱지를 붙이고 생존자체를 위협하는 것은 어떻게든 비판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여론지형을 유리하게 바꾸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선공작 주장이 그만큼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룸에서] 반전도 감동도 없는 슬픈 현실

최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승진과 좋은 보직을 꿰찼습니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챙긴다는 말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한국일보 강철원 엑설런스랩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에서 작성한 '장모 대응 문건'을 떠올립니다. 그런 가짜뉴스를 만든 장본인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요직에 등용되고 있다고 개탄합니다.👉 칼럼 보기

[세상읽기] 윤석열식 약자복지, 복지 확대인가 퇴행인가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약자복지를 자랑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산안은 그동안의 '보편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암묵적 합의를 깨고, 약자 중에서도 엄격하게 선별한 약자만을 위한 협소한 선별주의 전환하겠다는 공식 선언이라고 지적합니다. 윤석열식 복지를 복지 확대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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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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