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줄행랑 방지법'이 꼭 필요한 이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자리를 떠나는 돌출행동이 발생하자 정치권에서 '김행 방지법' 제정 목소리가 높습니다. 공직후보자 본인이 청문회 도중 퇴장한 건 대한민국 인사청문회 역사상 처음이어서 파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청문회 무용론이 종종 제기됐지만 이번 사태는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야당에선 후보 청문회 참석 의무화는 물론 자료 제출 강화 등 청문회 부실을 막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의 청문회 '줄행랑'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당초 청문회 개최 전부터 국민의힘 쪽에선 보이콧 주장이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청문회 개최 일정과 증인채택을 단독 의결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내부적으론 김 후보자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김 후보자도 민주당이 단독 개최하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이나 김 후보자 모두 애초부터 청문회에 적극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김 후보자 청문회 도중에도 이런 기류가 읽혔습니다. 저녁식사 후 재개된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러 차례 이런저런 불만을 제기하며 "청문회 못하겠다" "나가야겠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급기야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김 후보자의 사퇴를 거론하자 기다렸다는듯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후보자를 동행해 집단퇴장했습니다. 사전에 김 후보자와 여당이 청문회 파행을 모의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런 황당한 사태의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무시 행태가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무회의 비공개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에게 "공격에도 움츠러들지 말고 싸워달라"는 당부 메시지를 남겼고, 그 후 정치권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 장관들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질의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훈계하거나 공격하는 모습이 일상화됐습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김 후보자는 "고발하면 되지 않느냐"며 맞서거나 되레 호통을 치기도 했습니다.
현재 국회법상으로는 청문회 도중 퇴장하거나 청문회에 불참한 공직후보자에 대한 처벌관련 조항은 없습니다. 후보자 인준에 반드시 필요한 절차인 청문회에 본인이 불출석하거나 퇴장하는 경우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처럼 나타나지 않을 때 어떻게 한다 이런 벌칙 조항이 없는데 '김행방지법'을 빠르게 준비해보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가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신현영 의원도 "'김행방지법' 발의를 비참한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치권에선 '김행방지법'과 함께 후보자의 자료 제출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 후보자의 경우 비리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문회에서 모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청문회에선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비난을 샀습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두 자녀의 아파트 매입 관련 증여세 납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탈루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청문회 때마다 되풀이되는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후보자 검증에 반드시 필요한 자료는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야당에선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대통령실에선 당분간 여론을 키져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이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김 후보자의 줄행랑으로 여론이 악화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으로선 검증 과정의 실패와 부적격자를 장관 후보를 지명한 데 대한 책임이 없을 수 없습니다. 지명철회로 응분의 조치를 해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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