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 수사력 논란, 검사들 책임이다
민중기 특검이 수사기소한 사건의 잇단 무죄 판결로 수사력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책임의 상당 부분이 검사들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특검의 주축을 이룬 파견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반발해 수사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라는 주장입니다. 실제 민중기 특검에 파견된 검사 대다수가 검찰 복귀를 요청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집단 반발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태업에 가까운 검사들의 비상식적 행동으로 특검 수사에 차질이 빚어졌고, 현재의 공소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깁니다. 법조계에서는 김건희 매관매직 의혹 등 민중기 특검이 기소한 다른 재판 결과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3대 특검 중 최대 규모였던 민중기 특검팀은 검사가 55명으로 실질적으로 검찰 인력에 의존하는 구조였습니다.다른 특검도 검사 비중이 높긴 했지만 김건희 특검은 유독 검사들이 모든 핵심 보직을 차지했습니다. 김건희 신병 확보가 시급했던 특검팀은 우선 도이치모터스와 명태균 의혹에 집중해 김건희를 구속기소시켰지만,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미 드러난 사실 관계를 법적인 부분에 대한 해석만 달리해 기소했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와중에 민중기 특검에 파견된 수사 검사 40여명이 지난해 9월 검찰 원대복귀를 요청하는 집단 항명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청 폐지에 속도를 높이는 시기였는데, 그때부터 검사들이 눈에 띄게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검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지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수사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는 겁니다. 이후 특검에서 검사들을 돌려보낸 뒤 변호사와 경찰 위주로 수사팀을 재편성했지만 수사 상황 인수인계가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 여파로 나타난 게 9일 김상민 전 부장검사와 김예성씨 무죄 선고입니다. 김 전 검사 무죄 판결의 경우 일차적으로 김건희가 고가의 그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검사의 국회의원 공천 등 자리를 챙긴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외면한 재판부에 화살이 돌아가는 게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민중기 특검팀이 범죄 혐의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일례로 재판부는 김 전 검사의 통장 잔고 등 자금 여력 부족을 무죄 이유로 들었는데, 특검팀은 김 전 검사의 그림 구매를 입증하기 위해 당사자 외에 가족 등 제3자의 계좌조회 등 기본적인 수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도 이날 무죄 선고를 하면서 '특검의 입증 미비'를 여러번 언급했습니다.
이른바 '김건희 집사' 김예성씨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특검은 애초 대기업들이 김씨에게 각종 민원을 청탁할 목적으로 김씨가 설립에 참여한 IMS모빌리티에 투자했다는 의혹을 수사했지만, 김건희에게 청탁이 전달됐는지는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는데, 이 역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김예성씨 공소장에는 김건희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을 정도였으니 특검팀의 부실 수사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특검이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의혹과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등 김건희 핵심 의혹에 대해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한 것도 파견 검사들의 미온적이고 비협조적 수사 태도가 원인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법조계에선 당시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서 검사들이 집단 행동을 벌인 데는 항명을 주도했던 검사들이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해서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특검에서 도이치모터스와 삼부토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한문혁 검사가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키맨으로 알려진 이종호씨와 술자리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돼 파견 해제되는 일도 있었던 걸 보면 이런 해석이 터무니 없지 만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당시 집단 항명을 주도한 검사들에게 어떤식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민중기 특검팀의 수사력 부재 논란은 조만간 출범할 '2차 종합특검'에 경종을 울리는 대목입니다. 이번 특검은 3대 특검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17가지 사건을 수사해 성과를 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띠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무엇보다 수사를 지휘할 권창영 특검의 리더십과 수사 구성원들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 구성에서 파견 검사를 최소화(15명)하는 대신 특별수사관을 100명으로 대폭 늘린 것은 주목됩니다.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항명 사태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됩니다. 민중기 특검의 한계에 대한 성찰 위에서 시스템을 가다듬고 더욱 효율적이고 엄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권 특검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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