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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외교 리스크' 됐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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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김건희 여사가 한·루마니아 정상회담에서 비공개 일정만 소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 리스크' 논란이 제기됩니다. 환영식과 오찬 등 공개일정에는 양국 정상만 참석하고 배우자들은 비공개 교류일정을 한 것은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외교가에선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한국 외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외신 보도는 물론 정상회담 행사에까지 차질을 빚는 것은 국가적 문제라는 얘깁니다.

대통령실에선 이번 정상회담 일정은 양국의 조율을 거쳐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공식환영식 등 공개일정에 배우자들은 참석하지 않도록 하고, 김 여사와 루마니아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은 비공개로 한다는 것 등이 양국 합의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통상 정상회담의 환영식, 오찬 등은 부부동반으로 진행되는 게 관례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내용입니다.  

루마니아 대통령 방한은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양자회담을 한데 대한 답방 성격으로, 16년 만의 방한입니다. 하지만 외국정상을 초청해놓고 정작 배우자의 활동상을 가리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자국의 정상외교 성과를 부각시키길 원하는 루마니아 입장에서도 흔쾌할 리가 없습니다. 양국 합의라지만 실은 우리 측이 루마니아 측에 양해를 구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사정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분명해집니다. 윤 대통령이 루마니아 초청으로 현지에서 정상회담을 했는데, 김 여사에 대해선 공식일정에 참석하지 않도록 했을때 우리가 쉽게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배우자들간의 만남도 비공개로 해서 촬영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더구나 이런 황당한 일이 초청국 정상 배우자의 불미스런 의혹때문이라면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도 남습니다.

외교가에선 김 여사 문제로 향후 윤 대통령 정상회담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는 우려가 나옵니다. 올들어 윤 대통령은 총선 등을 이유로 해외순방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에는 독일·덴마크 국빈·공식 순방을 출발 나흘 앞두고 취소했습니다. 김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김 여사 순방 동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서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당시 독일에선 갑작스런 국빈 방문 취소에 불쾌해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김 여사 문제는 외신에서도 흔한 뉴스가 됐습니다. 지난 1월에는 주요 외신들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보도했고, 총선을 앞두고는 김 여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한 매체는 김 여사가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상황을 영국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에 빗대 '한국판 케이트게이트'라고 명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외교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게 외교가의 반응입니다.  

정치권에선 어떤식으로든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김 여사가 잠행하는 것으로 논란이나 의혹이 가라앉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야권에선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과와 '김건희 특검법' 수용,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 여사 논란이 내치는 물론 외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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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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