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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수심위', 공정성 높이려면 명단 공개하라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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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다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법조계 등에서 제기됩니다. 수심위 위원 명단부터 회의록까지 모든 게 비공개인 탓에 공정한 심의가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수심위 회부를 결정한 만큼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검찰과 경찰 등에서 운영 중인 수사심의위 규정에 명단공개와 관련한 내용이 없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검찰과 경찰은 그간 수사심의위원 명단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명단이 공개될 경우 심의위 위원들의 원활한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위원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도 비공개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지난달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사단장 불송치 의견을 낸 경찰 수사심의위 명단 공개 논란때도 경찰은 이런 사유를 들어 불가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수심위가 매우 중요한 사안을 권고하는 기구인데도 논의가 졸속으로 이뤄질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방안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특히 수심위 위원 선정부터 편향성 우려가 큽니다. 수심위 위원 후보군을 알 수 없는데다 구체적인 위촉기준·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어 정권 성향에 따라 편향적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위원 명단이 비공개이다보니 외부 검증이 아예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명단 공개가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한 고소인이 수심위 명단 등을 공개하라며 경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명단이 공개돼도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명단 공개 주장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경찰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서울고법이 기각해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이런 법원의 결정에 "(명단 공개 여부 등을) 향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 판결도 명단 공개쪽에 무게가 실릴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그 근거로 2008년 대법원의 사면심사위원회 명단 공개 판결을 꼽습니다. 시민단체가 대통령에게 특별사면을 상신하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의 명단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무부가 업무 수행 지장과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비공개한 데 대해 대법원은 쐐기를 박았습니다. 이런 결정에 따라 현재 사면심사위 명단은 위촉 즉시 공개되고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사면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된다고해서 누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위원들에게 위해가 가해질 거라는 가정은 너무나 막연하고 추상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명단이 공개돼도 법무부의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없고, 해당 신분이 알려진다고해도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비공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대법원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절차적이고 형식적인 합법성을 부여하는 들러리 역할을 하게 될 위험성이 더 크다고 밝혔습니다.

수심위는 '수사와 기소의 타당성을 투명하게 검증받겠다'며 검찰과 경찰이 스스로 도입한 제도입니다. 이 총장도 "검찰 외부 의견까지 경청해 공정하게 사건을 처분하겠다"며 수심위 소집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제도적 한계 때문에 수심위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명분을 주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옵니다. 이 총장이 진정 김 여사 명품백 사건을 공정하게 매듭짓기 바란다면 수심위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 사안을 엄중히 판단해야 할 수심위로서도 반대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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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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