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가짜뉴스'는 어떻게 확산되나
윤석열 탄핵 심판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기승을 부리는 헌재 흔들기와 중국 혐오 등 가짜뉴스 확산에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는 양상입니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극우 성향 유튜브→탄핵 반대 집회→국민의힘 순으로 가짜뉴스가 생산·유통 단계를 거치며 확대재생산되는 구조입니다. 특히 공당인 국민의힘이 음모론과 허위정보의 스피커 역할을 하며 가짜뉴스에 놀아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극우 커뮤니티에서 퍼뜨린 가짜뉴스가 여당까지 오염시킨 대표적인 예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음란물 댓글' 사건입니다. 사태의 출발점은 지난 11일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갤러리의 '문 대행 동창회 카페 음란물 댓글' 게시물입니다. 이 가짜뉴스는 순식간에 다른 극우성향의 커뮤니티와 극우 유튜브로 퍼졌고, 급기야 국민의힘에서 논평을 내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국민의힘이 뒤늦게 사과하긴 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음모론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문영배 헌재 회의 중 이석' 게시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문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변론 중 음란물 댓글을 삭제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는 가짜뉴스 역시 극우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을 국민의힘이 카드뉴스로 만들어 홈페이지와 SNS에 게재하면서 확산됐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근거는 헌재 심판정의 재판관 한 자리가 비워져 있는 사진으로, 마은혁 재판관 임명 보류로 인한 빈자리입니다. 당시 문 대행은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극우 커뮤니티가 짜깁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민의힘이 최소한의 검증이나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고 가짜뉴스를 퍼뜨린 셈입니다.
이런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탄핵 반대 집회는 화약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전국 곳곳에서 열린 극우 집회는 예외없이 문 대행 '음란물 댓글' 가짜뉴스로 뒤덮였습니다. 심지어 이런 내용이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확인된 후에도 지난 주말 열린 극우 진영의 집회에서는 같은 내용이 쏟아졌습니다. 윤석열 지지자들은 17일 문 대행 집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극우 대중 집회의 주최측과 주요 연사들이 가짜뉴스의 불쏘시개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국 혐오도 가짜뉴스의 전형적 확산 방식과 궤를 같이합니다.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 단체대화방에서 오래 전부터 시작된 부정선거 중국 개입설이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다시 살아나 탄핵 반대 집회를 거쳐 국민의힘에까지 침투했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논리도 없는 가짜뉴스와 혐오를 기반으로 한 중국 개입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극우 집회에 참석해 거꾸로 키우는 양상입니다. 경제위기 속에서 대중 관계 개선에 힘을 써도 모자랄 판에 중국 혐오에 올라타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무능을 자인한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비상식적 현상 증폭의 중심에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있다는 점입니다. 윤석열은 내란 실패후 담화문에서 '비상계엄이 중국의 안보위협과 부정선거 개입에 맞선 조치'라는 식으로 둘러댔습니다. 윤석열이 부정선거 의혹 등을 제기하는 유튜브 영상을 김용현에게 전달해 비상계엄에 활용했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갈수록 노골화되는 '헌재 흔들기'는 윤석열 측이 먼저 법리적 논리를 제공하면 이를 극우 유튜브가 받고, 다시 극우 집회에서 재생산되는 흐름으로 나타납니다.
국민 통합과 갈등 치유에 앞장 서야할 대통령과 여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자신들이 살기위해 음모론과 허위정보에 휘둘리거나 부추기는 행위는 우리 민주주의를 파괴할뿐 아니라 스스로도 파멸을 자초하게 마련입니다. 윤석열에겐 탄핵 심판과 내란 재판에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조기 대선을 준비 중인 국민의힘에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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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심판을 통해 분명히 확인되는 건 책임 떠넘기기입니다. 한겨레신문 박찬수 대기자는 윤석열이 결정적 순간에 모든 책임을 부하 군 지휘관들에게 떠넘기는 모습은 가증스럽다고 말합니다. 만에 하나 북한 또는 일본, 중국과 뜻하지 않은 충돌이 생겨 상대 지역을 타격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 누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믿고 명령을 수행하려 들겠느냐고 반문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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