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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라인' 장관들은 왜 자꾸 자리를 걸까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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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장관직을 걸겠다는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유독 '윤석열 사단' 인사들이 같은 말을 던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시작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 논쟁적 이슈에 자리를 건다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 대통령도 검찰총장 때 '검수완박'에 반대하면서 "직을 건다"는 말을 한 바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검찰 특수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법조계에선 특수부 출신 검사들의 엘리트 의식과 독선, 오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특수통 출신 고위직 인사들이 걸핏하면 자리를 거는 데는 '무오류'의 특수부 검사 문화가 배어있는 탓이라는 지적입니다.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강한 확신이 깔려 있기에 나올 수 있는 발언이라는 얘깁니다. 원 장관은 양평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하며 "김건희 여사 땅이 그 곳에 있다는 걸 사전에 알았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원 장관이 변경된 종점인 강상면 부근에 윤 대통령 처가의 토지 보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불거졌습니다. 장관직은 물론 정치생명까지 걸겠다던 원 장관이 이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않은 데 대해 경솔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박민식 장관이 지난 6일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해 "친일파가 아니라는 걸 장관직을 걸고 이야기 할 자신이 있다"고 한 말도 특수부 검사 출신의 과도한 자기 확신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됩니다. 백 장군 친일 판정은 이명박 정부 때의 정부기관이 결정한 사안입니다. 백 장군도 회고록에서 독립군을 토벌한 간도특설대 근무 사실을 밝히며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작 본인은 친일경력을 인정했는데 '직을 건다'고 한 박 장관의 무모함에 당혹스럽다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때인 2021년 3월 당시 청와대와 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추진에 "100번이라도 직을 걸고 반대한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말했습니다. 그러자 청와대에선 "당청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낸 것은 부적절"하다고 경고했고, 윤 총장은 인터뷰 이틀 뒤 검찰총장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윤 총장의 정계 진출은 기정사실화로 알려져 "직을 건다"는 발언은 명분쌓기라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법조계에선 '윤석열 사단' 인사들의 잇단 자리를 거는 발언은 당시 윤석열 총장의 영향을 받아서가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동훈 장관이 지난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의원을 향해 "장관직을 포함해 다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걸겠냐"고 했을 때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떠올랐다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통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SG증권 발 주가조작 사태가 터지자 "직을 걸겠다"며 뒤늦게 수습에 나선 장면에서도 유사한 분위기가 읽힙니다.  

장관급 인사들의 직을 건다는 발언이 특수통 검사 출신들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는 검찰 내에서도 나옵니다.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수통 검사들의 사냥하던 버릇이 그대로 거칠게 표출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 검사는 "옳고 그름에 대해 양단 간 해야 할 때 직을 거는 건데, 타협과 설득이 필요한 정치 영역에서 그러는 것은 과거 검찰 물을 벗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일각에선 공직에서 물러나도 변호사 활동이 가능한 점을 이용해 검사 출신 인사들이 함부로 자리를 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장관이라는 자리가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부여된 자리인데 마치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여긴다는 겁니다. 중요한 이슈에서 결단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파장을 줄이고 지지층의 주목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원 장관의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발언 다음날 대통령실과 여당에선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국책 사업이 장난이냐"는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자 한편에선 원 장관의 책임론도 거론됩니다.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돌출행동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는 얘깁니다. 원 장관 사태를 계기로 툭하면 자리를 걸고 국정을 가볍게 여기는 정치인 장관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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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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