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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건희 대통령실 해명 '아전인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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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분 걸림 -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법원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판결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관여 의혹이 깨졌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공소시효가 만료됐고, 전주가 무죄 선고됐다는 점에 근거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가짜뉴스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입장문은 아전인수 식 해석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먼저 대통령실은 "재판부가 이 사건을 '실패한 주가조작'으로 규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한 주가조작 가담자들에게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내려진 것을 부각시키며 사건 자체를 축소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양형과 관련된 문제이지 범죄가 경미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전체 범행 기간에 시세조종이 3,080여 건에 이르고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범죄 수익이 적다고 해도 주가조작이 중대 범죄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와 관련해서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주장도 폅니다. 하지만 이는 법원의 판결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문만 선택적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법원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작조작은 크게 2단계로 나눠졌는데,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본 것은 1단계(2010년 10월 21일 이전)입니다. 이른바 2차 작전(2010년 10월21일~ 2012년 12월7일)은 공소시효가 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대선 때부터 1단계만 언급했고, 그나마도 김 여사가 계좌만 맡겼을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2단계는 아예 무시 전략을 취한 셈입니다.    

실제 김 여사가 2단계에 관여한 정황이 재판에서 여러 차례 드러났습니다. 2차 작전을 주도한 투자자문사 직원 컴퓨터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파일 작성 시기가 2011년 1월이었습니다. 엑셀 파일에는 김 여사의 주식 현황과 계좌 내역 등이 정리돼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주가조작 선수의 매도 요청 뒤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8 만주를 매도했다는 통화 녹취록과 검사 발언도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실이 특히 유리하다고 본 부분은 '전주' 손모씨에 대한 무죄 선고입니다. 법원이 큰 규모로 주식을 거래한 인물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으니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 여사 경우는 손씨와 다르다는 반론도 많습니다. 손씨는 피고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주식 매매를 하지 않았지만 김 여사는 주가조작으로 결론난 통정매매 등 다수의 거래에 연루된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김 여사가 권 전 회장과 알고 지낸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손씨와 구분되는 대목입니다. 재판에선 2010년 권 전 회장이 '선수' 이모씨에게 김 여사를 소개해줬고, 이씨가 김 여사 계좌로 주문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김 여사가 권 전 회장과 주식 매매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김 여사가 2011년 서울대 최고지도자과정 원우수첩에 '도이치모터스 이사' 직함을 기재한 사실도 연루 의혹을 키웁니다.

김 여사 주가조작 관여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여권의 천편일률적인 답변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 잡듯이 뒤졌는데 혐의가 있었으면 그때 처벌했을 것"이라는 항변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진행 과정을 보면 여권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10년 넘게 법망을 피해왔습니다. 공소시효가 문제가 되고 있는 근본 원인 역시 진작에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법원도 "범행 시점으로부터 10년 이상 지나 공소가 제기돼 관련자들 진술이나 증거에 대한 신빙성 평가가 용이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원래 주가조작은 한국거래소에서 자동으로 포착돼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됩니다. 지난해 재판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2012년 주가조작을 포착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서 작성한 '사건번호 133호, 도이치모터스 불공정거래 조사자료'라는 보고서가 재판부에 제출됐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듬해인 2013년엔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지만 석연찮게 중단됐습니다.

정작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7년이 지난 2020년 언론의 의혹 보도와 고발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때로 수사는 진척이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라고 해도 현직 검찰총장의 부인과 관련된 사건을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수사가 급진전 된 건 2021년 윤석열 총장이 검찰총장을 사퇴한 직후로, 불과 몇 달 만에 권 전 회장이 구속기소됐습니다.

당초 검찰이 제때 수사를 진행했다면 지금처럼 공소시효를 다투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유죄 입증에도 어려움이 커졌습니다. 시장을 교란시키는 중대 범죄인 주가조작이 이토록 오랜 기간 덮여 있었던 데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주가조작 책임자 처벌 못지 않게 진상이 명확히 규명돼야 할 대목입니다.

[정안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곽상도 사건의 판결을 보는 법

곽상도 전 의원 50억 무죄 판결로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검찰과 법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인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법리적으로 날카롭게 들여다봅니다. 법원이 아들의 독립적 생계를 이유로 뇌물을 불인정한 것은 현행 법과 판례로 볼 때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엄격해석론을 유지할지 아니면 판례를 변경할지 대법원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김산하의 청개구리] 산천어, 이제 그만 괴롭혀라

3년 만에 열린 강원 화천군의 산천어축제가 131만 명의 참가자를 기록하며 폐막했습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은 이 축제는 오래전부터 숱한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고 말합니다. 그 지역에 있지도 않은 생물을 도입한 데다 동물에게 많은 고통을 야기하고, 맨손잡기의 영향 및 화천천의 생태 파괴 등을 지적합니다. 환경부가 제작한 '동물이용축제 가이드라인'의 조속한 공개를 촉구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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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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