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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왜 전광훈 고발 않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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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와 유착 의혹으로 비판을 받는 가운데 대통령실도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전 목사가 윤석열 대통령 방미 기간 중 "대통령실로부터 민주노총 세력을 막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전 목사 주장이 사실일 경우 정국에 큰 파장을 일으킬 사안인 만큼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하는데 침묵을 지키는 모습은 의혹을 자아냅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에 소송으로 대응했던 것과는 딴판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 목사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유튜브채널에서 "대통령실로부터 '목사님 반드시 저 민주노총 세력을 막아주십시오. 노동절날 (민주노총의) 반국가행위를 목사님 외에는 막을 사람이 없습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래서 내가 걱정하지 마시고, 미국 잘 다녀오라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전 목사는 5월 1일민주노총이 주최하는 '5·1 노동절 총궐기'에 앞서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  개최를 예고한 상황이었습니다. 전 목사는 지난달 29일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을 지켜내고 자유 통일까지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일 전 목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노동단체의 정당한 집회를 막으려 했다면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사실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하고, 허위일 경우 고소고발 등 엄하게 대응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발언이 나온 지 일주일이 넘도록 대통령실은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천공의 대통령실 이전 개입 주장에 신속하게 고소고발로 대응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입니다. 대통령실은 1일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려 했다"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글에는 곧바로 '반국가적 작태'라며 발끈했습니다.

오히려 국민의힘에서 기민한 방어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통령실 어디에 속한 직원이 특정 목사에게 '민노총을 막아달라'는 전화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사실무근인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딜레마가 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또 이 목사가 뭐라고 나오면서 진실게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전 목사 발언의 파장을 생각하면 그냥 묵과하고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는 애기가 보수진영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여권의 미온적인 대응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 목사를 중심으로 한 극우 세력을 의식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이들을 적으로 돌릴 경우 가뜩이나 허약한 지지층이 이탈하지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국민의힘이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조국사태를 거치며 발족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에서 전 목사 세력과 손을 잡았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 목사를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치켜세웠던 것도 그즈음이었습니다. 최근 김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앞서 전 목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전당대회 전 1차경선에서 과반통과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호'가 '전광훈 우파통일'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징계를 미루는 듯한 태도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당윤리위가 1일 첫 회의를 열고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징계여부와관련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얼마나 강한 징계를 내릴지 의문입니다. 근신 기간을 마치고 한 달 만에 최고위에 복귀한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사퇴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습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과대 포장된 아스팔트 우파와의 절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과거 자유한국당도 극단적인 우향우로 중도층에 철저히 외면 당해 결국 2020년 총선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이번 전 목사 발언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넘어가면 후유증은 두고두고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국민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편집국에서] 바이 바이~ '아메리칸 파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만찬에서 부른 '아메리칸 파이'는 1960년대 미국 사회를 은유한 노래입니다. 난해한 단어들로 구성된 가사는 당시 암울해지던 미국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한겨레신문 김진철 문화부장은 은유의 힘과 외교적 언사에서의 모호성을 연결지어 윤 대통령의 방미를 평가합니다. 의미심장한 가사에 전략적 고려를 담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36.5˚C] 선택적 엄벌주의

간호사법에 반발해 의사협회가 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의사들이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가면 과거와 같은 '의료대란'이 불가피합니다. 한국일보 류호 기자는 정부의 대응을 보면 이상하리만치 차분하다고 합니다. 화물연대 파업 때 보였던 정부의 강도높은 압박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느껴진다는 겁니다.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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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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