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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 안 한 게 맞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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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검찰이 대장동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항소 포기'가 아니라 '항소 자제'가 옳다는 평이 나옵니다. 최근 대장동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남욱 변호사의 진술 번복 등으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데다, 항소권 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을 반영한 조처라는 반응입니다. 특히 검찰 내부의 항소 기준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검찰개혁이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항소를 포기해 논란을 자초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대장동 사건 수사팀은 반발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처가 검찰의 잘못된 항소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그간 무분별한 항소로 피고인들이 과도한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검찰에선 1심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무턱대고 항소하고 보는 관행이 이어져 왔습니다. 선고형량이 검찰 구형보다 크게 낮을 경우 혐의 입증이 충분했는지 돌아보기보단 구형 대비 선고형의 비율만 따져 기준에 미달하면 기계적으로 항소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는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실제 검찰 내규로 정해진 항소 기준을 따르더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선고 형량이 구형의 3분의1 이하일 때 항소'하도록 돼있는데 대장동 1심 재판 피고인 전원이 이에 해당합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의 경우 검찰이 각각 징역 7년과 5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은 이보다 높은 8년과 6년을 선고했습니다. 김만배와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등 다른 3명에게는 구형의 절반 이상이 선고됐습니다.

항소 포기의 당위성은 검찰 기소가 억지임을 보여주는 정황에서도 확인됩니다.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는 지난 7일 열린 정진상 재판에서 "검사가 배를 갈라버리겠다고 했다"며 구체적으로 검찰의 회유 압박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이 정도면 검찰의 협박이 명확해 진상을 규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입니다.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수사팀과 검찰 간부진에는 당시 수사를 주도한 검사들이 거의 그대로 있습니다. 반인권적 강압 수사의 당사자들이 항소를 하지 않은 데 불만을 품는 건 적반하장에 가깝습니다.  

1심 판결문에서도 검찰의 기소가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검찰이 '이재명 저수지 자금' 등으로 몰아붙였던 428억원에 대해 재판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닌 '유동규 자금'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실제 검찰은 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나 공소장에서 이 대통령이 뇌물을 받기로 했다는 주장은 넣지 못했습니다. 뇌물을 받은 대가로 공공이익을 몰아줬다고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언론플레이를 한 결과치고는 너무도 초라합니다. 검찰이 압박 수사로 얻어낸 진술과 추측으로 짜맞춘 프레임은 이미 크게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수사팀의 입장이 무조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도 터무니 없습니다. 수사 방향과 기소 등에서 수사팀의 의견이 존중되는 것은 맞지만 지휘부 생각이 다른 경우 조율을 거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번 사태는 항소에 대한 일선 수사팀과 대검의 의견이 달랐고, 그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이 협의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9일 입장문을 내고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고 말한 건 변명에 불과합니다. 항소 여부는 정 지검장 전결사항이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는데 그는 결국 대검 의견을 수용했습니다. 수사팀 반발이 표면화되자 뒤늦게 사의 표명으로 빠져나가려는 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대장동 수사팀을 비롯한 일부 검사들의 반발이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지난해 검찰이 김건희의 명품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황제조사' 하면서 무혐의 처분했을 때 수사팀은 물론 검찰 내부에선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지귀연 판사의 황당한 윤석열 석방에 대검이 즉시항고를 포기할 때도 검찰에선 한마디의 이의제기도 없었습니다. 검찰은 그간 여당에서 불법을 저지른 검사를 탄핵하려 하자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대장동 수사팀에서 검찰 지휘부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공개 입장문을 냈습니다. 불의하고 비겁한 검찰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아침햇발] '대장동 항소 포기' 반발 주도 검사의 흑역사

대검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이재성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대통령이라는 특정인이 관계된 사건인데 굳이 항소를 포기해서 의심받을 이유가 있느냐고 지적하는 의견이 있는데, 사고의 오류라고 말합니다. 검찰이 먼저 이재명이라는 특정인을 겨냥한 수사를 벌여서 사달이 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 칼럼 보기

[세계의 창] 트럼프에게 '노벨상'을 준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집착은 전세계가 아는 사실입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그의 수사와 행동을 고려하면, 트럼프는 정반대의 상, '노벨 전쟁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동맹국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전쟁 위협을 사용하는 트럼프는 미국 내 시위에 군사력 사용, 핵무기 실험 재개 발표, 국방부 예산 증액 등 전쟁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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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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