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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 특권' 내려놓지 않는 이유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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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민주당 내 논쟁이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민주당내 대표적 소장파인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18일 "지금 민주당은 집단적 망상에 빠져있는 것 같다"며 체포동의안 가결을촉구했고, 앞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불체포 특권 포기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비명계 대다수 의원은 공개적인 반응을 아끼는 가운데 부결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검찰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등 '정치 수사' 비판을 자초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불체포 특권'은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원 권한입니다. 헌법 제44조 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행정부의 불법한 억압으로부터 국회의 자율적인 자유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입법 취지입니다. 민주당은 이런 점을 들어 검찰 수사가 '정적 제거'라는 의도가 분명해진 만큼 불체포 특권의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권을 활용한 정치 보복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는 얘깁니다.

문제는 기존 주장과의 모순입니다. 이 대표는 그동안 불체포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습니다.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에서 지방선거 유세 도중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자는 것에 100% 동의한다. 저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필요하지 않다"라고도 했습니다. 불체포 특권 폐지는 민주당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당시 공약집엔 "성범죄와 같은 중대범죄의 경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추진"이란 문구가 기재돼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하지만 검찰이 이 대표 영장에 기재한 구속 사유가 알려지면서 민주당에선 이런 주장이 힘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검찰의 영장청구서 171쪽에는 '피의자의 지위와 영향력에 따른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의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이 대표를 "현직 국회의원이자 제1야당 대표로서 우리나라 최고 정치권력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고 표현돼 있습니다. 제 1야당 대표라서 영장을 신청했다는 의미로 해석돼 검찰 수사가 정적 제거용이라는 비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 대표도 불체포 특권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헌법이 보장한 권한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야당 대표니까 구속해야겠다고 구속영장에 써 놓는 이런 황당한 나라가 어디있나"라며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건 이재명 보호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포기 공약 철회에 대한 사과와 합당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검찰이 영장 청구서에 쓴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 등의 원색적 표현들도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을 부결 쪽으로 돌아서게 한 요인으로 보입니다. 영장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에 빗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농단 사건"으로 규정했습니다. 이 대표에게 징역 11년을 훨씬 넘는 형이 선고될 것이 명백하다고도 했습니다.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모욕적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장면을 소환하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당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화를 자초했다는 내부 비판이 다시 입길에 오릅니다. 정치권에선 검찰의 과도한 '정치 수사'가 계파간 갈등 양상까지 보였던 민주당의 결속을 오히려 강화시켰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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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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