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백지신탁'엔 침묵하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민사회에서 분출됩니다. 주식 백지신탁제처럼 부동산도 실거주 목적을 제외한 모든 주택에 대해 제3자에 처분을 위임하자는 주장입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그간 집값이 급등하고 정치인·공직자의 과도한 부동산 소유가 논란이 될 때마다 거론됐지만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여야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제의한 것과 맞물려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의 가장 큰 명분은 정책의 신뢰성입니다. 갭투자를 사실상 차단한 '10·15 대책'은 집값 안정이라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서민들 '주거 사다리'를 걷어찬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갭투자를 통한 고가 아파트 매입이 드러나면서 이번 대책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여기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6채 주택 소유 등 국회의원의 과도한 부동산 보유도 국민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안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당국자들과 여야 국회의원이 아무리 부동산 투기 근절을 외쳐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문제 의식의 출발점입니다.
실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2대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보면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전체 국회의원 299명 중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64명(21.4%)에 달합니다. 주거용 외의 부동산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집니다. 주거용 2채 이상 보유자가 55명, 비주거용 1채 이상 보유자가 68명, 대지 1필지 이상 보유자가 40명으로 '과다 부동산 보유자'는 총 11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구조는 종부세나 양도세 등 세금 제도 개편과 부동산 관련 정책 입법 과정에서 이해충돌의 위험을 내포할 가능성이 큽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의 방향과 내용은 이미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제시됐습니다. 진보당은 28일 백지신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추진 방침을 밝혔는데, 초안에는 고위공직자가 '실거주 목적 1주택' 외의 모든 부동산을 취득 90일안에 팔거나 백지신탁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적용 대상은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와 부동산 정책관련 기관 소속 고위공무원입니다. 주택 외 부동산은 불가피한 경우 심사를 거쳐 소유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같은 내용의 백지신탁제 추진을 촉구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원론적으론 찬성한다는 입장입니다. 경실련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원내 5개 정당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질의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부동산 백지신탁제에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백지신탁제가 처분 위주의 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양당 간 면밀한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했습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위해선 보다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여야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에 응하겠느냐는 겁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부동산 백지신탁제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흐지부지 됐습니다.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은 2020년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국민의힘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했으나 빈말에 그쳤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3년전 첫 대선 출마 때 "고위공직자는 부동산도 백지신탁해서 투기를 못하게 확실히 막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번 대선 때는 이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부동산 등으로 백지신탁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이해충돌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지만 얼마든지 위헌 소지를 피할 수 있다는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백지신탁 의무 면제 등 적절히 예외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재산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시민사회에선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문제로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고 집값 상승 분위기도 가라앉히려면 여당이 앞장서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국내에 퍼지고 있습니다. 이세영 한겨레신문 정치부장은 이런 징후는 통일부와 국가안보실 사이에 노출된 이견으로 표면화됐다고 말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을 죄고 압박했지만, 현실은 그 목표로부터 훨씬 멀어져버린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비핵화가 '현실 부정'과 '회피'의 알리바이로 기능했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로버트 파우저, 사회의 언어] 극우병과 외국어 혐오
트럼프 대통령이 영어를 미국 공용어로 지정한다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는 백인 우월주의저들에게 다른 언어 사용자는 '영어만을 사용하는 백인'의 순수함을 위협하는 혐오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일본 극우 정당이 외국인들이 늘어나면 일본어가 사라질 것이라 하고,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