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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욕보이는 사람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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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게 확실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보수세력 전체를 욕보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극우로 편향된 정치관은 물론, 역사성과 도덕성, 전문성 등 모든 면에서 함량 미달이라는 얘기가 보수진영에서도 나옵니다. 황당한 논리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주도한 장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한국의 인권을 후준국 수준으로 추락시킨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해서도 같은 비판이 쏟아집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보수의 가치와 동떨어진 인사들을 자기편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기용하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진단합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이진숙 후보자의 정체성은 보수라기보다는 극우에 가깝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을폄훼하는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에 대해 "좋아요 연좌제가 있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문화예술인들을 좌파·우파로 낙인찍은데 대해 반성은커녕 "알게모르게 이념이 체화된다"고 맞섰습니다. MBC 경영진시절 노조 와해 공작을 시도한 것에 대해선 '위기관리용'이었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국민의힘 정강에 5·18 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후보자의 극우적 성향과 왜곡된 노사관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서 나타난 이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은 절제와 정직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보수의 미덕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유용에 대해 "정상적 영업활동"이라고 강변하고, 서울 거주지 근처와 골프장·유흥업소 등에서 법인카드를 다수 쓴 의혹에 대해 "사적으로 1만원도 쓰지 않았다"는 말만되풀이했습니다. 증빙자료는 일체 제출하지 않으면서 비상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는 그의 태도는 후안무치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보수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인 노블리스 오빌리주와도 거리가 멉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겸허한 태도를 미덕으로 여기는 보수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또다른 인사가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명으로 인권위원이 된 그의 반인권적 기행은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성노예 타령'으로 폄하하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기레기'로, 인권단체를 '인권장사치'로 매도하는 막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급기야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이 그의 반인권 행태를 우려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내는 등 국제적 망신까지 초래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독선과 좌충우돌 행태에 보수진영 내에서도 고개를 젖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보수 일각에선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급조된 논리로 면죄부를 준 장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부끄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청탁금지법 주무부서인 권익위는 지난 10일 윤 대통령 부부가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날 보도자료 한 장 없이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외국인이므로 명품백은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억지 논리를 제공한 당사자가 장 부위원장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출신의 장 부위원장은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고, 그간 국민의힘 계열 정당 후보로 여러 차례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권익위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보수진영에선 지난 4∙10 총선 참패로 한국 보수가 길을 잃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보수 이념이 실종되고, 보수 집단의 정체성이 훼손되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보수 혁신을 위한 자성과 성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진숙, 김용원, 장승윤 같은 이들이 변화하지 않는 보수를 대변하고 정통 보수의 열굴에 먹칠을 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입니다.

가장 큰 책임은 이런 인사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임명하는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권위주의적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윤 대통령이 보수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거리낌없이 거론되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권력을 지키기에만 급급해 벌어지는 일입니다. 보수가 다시 길을 찾으려면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의 윤 대통령에게는 요원해 보입니다.

[김희원 칼럼] 검찰, 사람에 충성하지 마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특혜성 조사 파장이 가시지 않습니다. 한국일보 김희원 뉴스스탠다드 실장은 검찰의 일그러진 모습은 검찰총장이 임기 중 정치에 직행해 대통령이 된 여파라고 말합니다. 총장 패싱 인사가 반복되고 검사들이 공직에 진출하면서 검찰은 독립적 수사기관이 아닌 권력의 부속기관이 돼버렸다는 진단입니다. 👉 칼럼 보기

[양권모 칼럼] 한동훈 대표, '채 상병 특검' '김건희 문제' 풀까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된 한동훈에게 닥친 시험대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문제'입니다. 경향신문 양권모 칼럼니스트는 한 대표가 진정 '국민 눈높이'와 민심에 반응하려면 이들 사안을 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한 대표의 가장 차별적인 공약이었던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이행하느냐가 한동훈 체제의 앞날을 좌우할 거라는 전망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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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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